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출국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이제 다른 단계다. 또다른 과정에 진입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첫 경기를 앞둔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비장한 각오로 새 관문을 넘어설 준비를 시작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열릴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2차 예선 H조 1차전을 앞두고 평가전을 치를 터키 이스탄불로 2일 떠났다. 대표팀 25명 중 K리그와 일본 J리그, 중국 수퍼리그에서 활약중인 16명이 전날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이날 함께 떠났고, 손흥민(27·토트넘), 황의조(27·보르도) 등 유럽, 중동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은 터키 현지에 바로 합류한다. 대표팀은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앞서 5일 조지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카타르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큰 도전이 걸린 무대다. 지난해 9월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벤투 감독에게도 월드컵 2차 예선을 시작하는 첫 경기는 의미가 크다. 대표팀은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시작으로 A매치 16경기를 치러 10승5무1패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빌드업을 강조하는 스타일과 공격적인 축구로 팬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카타르에 패해 8강에 머물렀던 아쉬움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이어온 기조를 월드컵 예선 체제에서도 그대로 이어갈 뜻을 밝혔다. 그는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겠지만 여태껏 우리가 유지해 온 철학이나 방향성을 틀지 않을 것이다. 그 틀을 잘 유지해 팀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은 벤투호 출범 후 첫 장거리 원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세심한 팀 관리가 필수다. 앞서 지난달 26일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도 "유럽과 달리 아시아 지역 월드컵 예선은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들여다볼 것들이 많다"던 벤투 감독은 선수단 관리에 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아시아권에서 뛰는 선수들이 장거리 이동 및 시차 문제에 대해 힘들어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계획으로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추어 놓는 게 중요하다"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최적의 이동시간과 동선을 짰고, 의무팀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 스스로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몸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돕겠다. 효율적인 동선을 구성하는 한편,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월드컵 예선에서 처음 상대할 투르크메니스탄은 전력상 한 수 아래 팀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2위로 한국(37위)보다 크게 밀리고,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두 차례 만나 당시 모두 한국이 승리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전반적으로 수비 위주의 전형을 구사하면서 한국을 상대로 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은 아시안컵 이후 감독이 바뀌어 기존과 다른 전력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일본, 우즈베키스탄, 오만에 모두 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이후 A매치는 지난 6월 우간다와 평가전 1경기(0-0 무)를 치른 게 전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은 "이제 몇 경기를 보며 분석을 시작한 단계다. 투르크메니스탄이 아시안컵 이후 경기를 보여준 적이 없어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상대 전력 분석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5일 한국보다 먼저 치를 월드컵 예선 1차전이 좋은 분석 자료가 될 수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한국이 조지아와 평가전을 치르는 같은 날, 스리랑카와 예선 원정 1차전을 치른다. 벤투 감독은 "불확실성은 있겠지만, 스리랑카전을 보고 분석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우리 스타일대로 풀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음달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를 북한과 월드컵 2차 예선 3차전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도 시작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선수단, 중계 문제 등 경기와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대한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북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리 측의 의견을 전달하고, 이후 북측의 공식적인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