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임 단장으로 선임된 성민규(맨 왼쪽)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롯데가 공석인 신임 단장에 해외 스카우트 출신 인사를 선임했다. 기대 요인은 명확하다. 물론 감수해야 할 불안 요인도 있다.
롯데는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신임 단장을 찾았다. '파격 인사' 전망이 나왔다. 추석 연휴 전후로 새 단장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예고한 상황. 표류하던 프런트 개편이 최종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KBO 리그에서 지도자와 프런트를 역임한 몇몇 인사가 물망에 올랐지만 설(說)에 그쳤다. 내부 인원의 승진이나 모기업에서의 발령은 선임 초기 단계에서 배제됐다는 후문이다. 김종인 롯데 야구단 대표 이사는 후보군을 저명한 야구인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전문성과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에 주목했다. 그리고 육성과 해외 야구에 밝은 인사가 유력 후보가 됐다. 아시아 야구뿐 아니라 미국 야구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해외 스카우트 얘기다.
커티스 정(47·한국명 정윤현) 현 텍사스 스카우트(Special Assignment Scout)가 먼저 거론됐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의 그림자던 특별보좌역으로 익숙한 인물이다. 2000년에 LA 다저스에 입사해 아시아담당 스카우트와 코칭 스태프 그리고 프로모션 업무를 수행했다.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그가 최근에 입국했다는 소문까지 나오며 롯데팬에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 야구 사정에 밝은 야구인이 "이번 단장 선임에 롯데가 크게 고심한 후보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과거형이다. 이후 한 명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3일 늦은 오후 구단이 공식 발표를 했다. 바로 성민규(37)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다.
지난 2015년, 장충고 출신 권광민의 컵스 입단을 주도한 인물이다. 전통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프런트 일원으로 넓은 활동 영역을 보여줬다. 루키 리그에서 타격 코치를 했고, 마이너리그에 있는 한국인 선수들의 통역과 관리도 맡았다. 아시아 지역을 넘어 컵스의 유망주 발굴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도 알려졌다. 국내 매체를 통해 메이저리그 전문가로 활동도 했다. 국내외 소식에 밝은 야구 관계자는 "그가 (미국)현지에서도 신변 정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인사는 공식 발표 전까지 알 수 없었다. 양상문 전 감독이 선임될 때도 불과 며칠 전까지 다른 지도자가 0순위로 거론됐다. 단장 선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명분이 있었다. 롯데는 완성도 있는 전력을 구성하고, 맞춤형 육성을 실현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다. 국내 구단에서 일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해외 스카우트에 주목하는 건 억지가 아니다. 결국 그의 단장 선임을 결정했다.
수 년째 상위 라운드에 지명한 선수의 성장세가 더디다. 최근 수년 동안은 성공한 외인 영입이 드물다. 두산으로 떠난 조쉬 린드블럼, 다섯 시즌째 뛰고 있는 브룩스 레일리 정도다. 해외 스카우트는 국내 아마추어 관련 지식이 풍부하고, 해외 선수 영입도 이전보다 넓은 정보망을 갖췄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
당연히 미국 야구에서 추세로 자리 잡은 데이터 접목도 용이하다. 올 시즌 리그에 데뷔한 해외파 이대은(KT), 하재훈(SK), 이학주(삼성)가 소속팀 주축 전력으로 연착륙하며 넓은 무대를 경험한 선수를 향한 긍정적인 인식이 생긴 점도 호재다. 감독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롯데는 지난달, 로이스터 감독 시절 투수 코치를 한 페르난도 아로요를 투수 육성 총괄로 선임했다. 코칭 스태프 요직에 해외파가 자리할 수 있다.
한국만의 조직 문화 적응력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전망이다. 성민규 스카우트는 미국 대학과 KIA 그리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1군 무대는 밟지 못했지만 현장 출신이다. 선후배 문화를 경험했다. 성 스카우트는 컵스 코치 시절에 타향살이를 하는 소속 한국 선수들의 부모까지 챙기며 선배 면모를 보여줬다. 키움에서 방출된 박윤이 컵스 루키팀 인턴 코치로 자리 잡는 것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파격에는 위험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수장 경험이 일천한 '해외 무대 출신' 인물이 선임되면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구단은 개혁과 리빌딩이 절실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인물까지 성장이 필요하면 목표 달성이 더디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스카우트가 서술된 롯데의 신임 단장 요건에 부합하긴 하지만 검증된 실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구단 운영 사정에 밝은 국내 인사가 넘쳐나는 있기 때문에 모든 행보가 시험에 놓이고 비교가 된다. 초반에는 내부를 향한 신뢰 구축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구단 개혁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는 하지만 기존 인원은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적폐라며 비난받는 롯데 프런트지만 해당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주창하는 원 팀(One Team)이 되기 어렵다. 야구단은 특정 선수, 특정 인물에 의해 탈바꿈하기 어렵다. 각자 위치에서 임무를 다 하는 팀워크가 필요하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불가피하다. 전성기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로 변화를 추진하다가 조직 운영의 기본인 단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과 다르지 않은 구단 운영이 이뤄질 수도 있다. 김종인 대표 주도 아래 이뤄지는 선임이기에 신임 단장은 운신의 폭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새 단장은 몇몇 야구인 출신 단장처럼 육성과 선수 관리에만 하고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의사 결정은 한, 두 명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양 전 감독과 이윤원 단장의 자진사퇴부터 구단 대표와 모기업 유력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다. 김 대표가 모든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안목과 역량에만 기대면 이전과 다를 게 없을 뿐니라 위험 부담도 크다. 대표는 대체로 구단을 거쳐 간다. 정책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