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축은행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웰컴저축은행이 올 상반기 영업에 집중하면서도 ‘손실 리스크’는 줄이는 전략으로 눈에 띄는 실적 개선폭을 일궈냈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처럼 신남방 지역 공략에도 적극 나서며 새 수익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올 상반기 자산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9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억원, 11.3% 증가했다. 10개 저축은행 모두 골고루 순이익을 늘리지는 못했지만 일부 저축은행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특히 웰컴저축은행의 순이익은 올 상반기 5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1억원, 76.9% 급증했다. 순이익 증가 규모만 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실적 증가폭을 웃도는 규모로 단숨에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실적을 뛰어넘었다.
개인 가계대출을 주로 하는 웰컴저축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웰컴디지털뱅크(웰뱅)’을 등에 업고 영업 저변을 넓히면서 이자수익을 늘리고, 손익계산서상 대손상각비가 3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6억원 줄이는 등 비용 부담도 줄이면서 이익 개선에 성공했다.
웰컴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2조596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90억원)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마찬가지지만 이자수익의 영향이 가장 큰데, 사실 상반기에 이자수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 30억원 정도가 증가한 수준이었다”며 “그런데 연체채권이나 부실채권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작년 동기 대비해 거의 160억원 가까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4년 출범 때부터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이라고, 웰컴저축은행에서 자체적으로 고객들의 신용을 체크해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신용 점수를 부여해 영업하고 있다”면서 “시스템에 머신 러닝을 도입해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정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예상해 ‘연체 가능성 떨어진다’고 평가되면 고객이 그대로 대출자산을 운용하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대출관련 손실 비용이 많이 줄어 수익으로 잡히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저축은행들의 ‘금리 위주 영업’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 시장 찾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게다가 국내 79개 저축은행 총자산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6.4% 늘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1.8% 늘어나는데 그치는 등 국내 저축은행 업황이 그리 밝지 않아 해외 진출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중 동남아 시장의 높은 성장률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저축은행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웰컴금융 그룹을 통해 지난 2014년 필리핀과 캄보디아에 소매금융을 위한 현지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라오스 내 오토바이 등을 판매하는 리스사를 설립하는 등 동남아 내 소매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저축은행 최초로 해외송금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영역 확장 기반을 닦았다.
최근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현지 금융사인 ‘스마트뱅크’의 지분 60%를 취득했다. 스마트뱅크는 지난달말 기준 총자산 19억5100만원, 자본금 17억4700만원을 기록한 소규모 금융사로, 여신과 수신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지역 은행으로 한국으로 치면 저축은행에 해당한다.
해외 금융사 경영권 확보에 제약이 있는 저축은행들은 모회사를 통해 현지 진출에 나서고 있다. 현행 규정상 저축은행은 해외시장에 투자 시 자기자본의 최대 5%까지만 출자할 수 있어 직접 투자 방식으로는 경영권 행사가 어렵다.
그래서 이번 스마트뱅크의 인수는 웰컴저축은행의 해외 사업 영역 확장에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좋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높게 유지돼도 연체율이 올라가는 등에 대한 수익성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고전이 불가피한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저축은행의 움직임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