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S·BIFF] "지금까지 이런 우정 없었다"…'극한직업' 뽐낸 1600만 케미(종합)
등록2019.10.04 16:02
"지금까지 이런 팀은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극한직업' 주역들이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는 영화 '극한직업(이병헌 감독)' 오픈토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이하늬·진선규·공명이 참석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과 관객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동휘는 드라마 촬영으로 부득이하게 불참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극한직업' 맏형 류승룡은 "부산국제영화제는 6년만에 내려왔다. 많은 영화, 영화인들, 관객들을 만나게 돼 흥분되고 긴장되고 좋다"고 운을 뗐다.
공명은 "작품으로 온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왔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시간이 허락되면 그냥 혼자 참석해 영화를 보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인 분이 참여한 영화가 상영을 할 때 보러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선규는 "나는 고향이 옆동네 진해다. 부산은 올 때마다 친숙하고 뜨거운 곳, 활기찬 곳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새삼 느낀다"며 "잘 즐기고 가도록 하겠다.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하늬는 "우리에게는 부국제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인 것 같다. 설레이고, 뭔가 작품으로 오면 그렇게 뿌듯하고 감사하고 그렇다"며 "특히 '극한직업' 식구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나는 이 자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오픈토크다. 의미가 있는 만큼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병헌 감독은 "부산영화제는 올때마다 처음처럼 설레고 기분 좋은 것 같다. 날씨가 좋아서 유독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며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갖고 상영한 경험이 많지는 않다. 세번째 정도 된다. 이번에 처음으로 호텔이 오션뷰더라. '달라졌나?' 싶기는 하다. 즐기고 있다. 축제같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이다. 올 1월 개봉해 누적관객수 160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작 흥행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흥행 1위는 '명량'. 두 작품의 교집합은 바로 '류승룡'이다. 이 같은 소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90도 인사를 한 류승룡은 "조금은 긴박하고 절박한 시대상을 반영해 마음껏 웃고 싶은 관객들의 마음을 충족시켰던 것 같다. '우리 인생에 있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자'는 마음이 통했다. 고스란히 전달돼 보람있는 결과를 받은 것 같다"고 감사해 했다.
류승룡은 '극한직업'을 통해 얻은 것으로 함께 연기한 배우들을 꼽더니 "그리고 신보다 무서운 관객분들의 반응과 솔직함, 사랑, 냉정함을 배웠다. '극한직업'이 1월 23일 개봉했는데 어떤 날보다 특별한 날이다. 우리끼리는 부활절이라고 한다. 막내 공명에게는 부화절이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모이자'는 약속도 했다. 다들 조금씩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나 뿐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특별한 작품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촬영 당시를 되짚은 이하늬는 "사실 촬영할 땐 우리의 연기나 대사, 신들이 마냥 웃기지 않았다. 되게 치열했고, '잘 해내고 있는가'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의심이 반복됐다. 영화가 나온 후에도 어떤 반응일지 너무 궁금했다. 근데 관객 한분 한분을 만날 때마다 너무 큰 반응을 보내 주셔서 힘들고 걱정했던 모든 것들이 한번에 해소되는 경험을 모두가 같이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감독은 감독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극한직업이 아닐 수 없다. 이병헌 감독은 "개봉 당시에도 이런 질문이 많이 나올 것 같아 정석의 답변을 준비해 놓고는 있었다. 그때 우리는 '감히 우리가 극한직업이라고 하지 말자'고 했다. 조심스럽게 설명하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며 "지금 내 입장에서는 감독보다 배우가 더 극한직업 같다. 그런 것을 인정할만한 상황들이 많았다. 포기할 수 없었고, 미룰 수도 없었다. 해내야만 했고, 결국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함을 느꼈다"고 치켜 세웠다.
이에 이하늬는 "배우와 감독 모두 외롭고 치열한건 똑같다. 감독님 같은 경우는 밤에 잠을 못 잔다. 모니터 앞에 앉기까지 감독의 몫인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에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며 "약 한달간 곰팡이 가득한 장소를 모니터실로 쓴 적이 있다. 감독님이 기침을 하고 몸을 긁으면서도 나오지 못하더라. 가끔은 밖으로 꺼내 햇빛에 말리고 싶기도 했다. 모두가 버텨냈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배우들은 서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진선규는 공명을 '피난처'로 표현하며 "공명이가 있어 더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얘가 없으면 내 장난은 누가 받아주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극한직업'은 모든 사람들이 다 터놓고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면 받아주는 분위기였다. 비슷한 존재감들이 모인 것 같다. 그럼에도 공명이는 나에게 피난처 같은 느낌이었다"고 다독였다.
'극한직업' 팀은 '극한직업' 이후로도 그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공명은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 '멜로가 체질'에 합류해 열연했고, 이하늬와 진선규는 초반 특별출연으로 힘을 실었다.
공명은 "이병헌 감독님은 나에게 학교 선생님 같은 존재다. '극한직업'을 통해서는 사회적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나라는 배우를 보여주고 알리게끔 해주셨고, '멜로가 체질'에서는 연기에 대한 호흡과 자세 같은 것을 많이 배우게 해 주셨다. 무섭지 않고 포근한! 선생님이었다"고 조심스레 진심어린 마음을 고백했다.
이하늬는 "'멜로가 체질' 현장에 가서 굉장한 배신감을 느꼈다. 굉장히 민첩하고 연출을 너무 열심히 하는 그(이병헌 감독)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 감독이 드라마를 하면 이렇게 변하는구나' 생각했다"며 웃더니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되게 신선하고 보기 좋았다. 사실 뭐가 좀 잘되면 느슨하게 변하기 마련 아니냐. 근데 감독님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힘을 준 느낌이었다. 우리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고 콕 집어 또 한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진선규는 "생전 처음 해보는 멜로 대사였다. 계속 외웠는데도 입에 안 붙더라. 나는 멜로가 체질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센스 넘치는 입담을 뽐내더니 "아직 나는 '극한직업'이 체질이다. 활기차게 뛰고 맞는 것이 어울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또 움직여야 하는 차기 활동과 계획을 알리며 토크를 마무리 지었다. 각기 다른 새 작품으로 만나게 될 배우 들이지만 1600만 관객과 소통한 '극한직업' 팀은 언젠가 꼭 다시 보고 싶은 완벽한 팀으로 오랜시간 관객들의 마음 한켠에 자리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