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중동에서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 해외가수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스타디움에 입성, 아랍권을 뜨겁게 달군다.
방탄소년단은 현지시간으로 11일(한국시간 12일 새벽 1시 30분)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투어 '러브 유에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를 위해 지난 9일 밤 인천국제공항 통해 출국했다. 수많은 팬과 취재진이 몰린 출국 현장에서 이들은 "온힘을 다해 무대하고 오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올 1월 머라이어 캐리가 국제 골프대회의 일환으로 공연을 가진 바 있으나 스타디움 규모는 아니었다. 해외 가수가 리야드의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보수적인 중동국가가 비아랍권 출신에게 최대 규모의 공연을 허가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영국 BBC는 "개혁을 꿈꾸는 사우디가 방탄소년단과 손을 잡았다"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내놓은 '비전 2030'에 주목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우디의 개혁안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주목적으로 하며, 그 안에 엔터테인먼트 사업 비전이 들어 있다. 방탄소년단 등 유명한 스타들의 공연을 유치해 전세계에 개방적 이미지를 심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지난달 말부터 관광비자를 처음으로 발급했다. 한국, 미국, 중국 등 49개국을 대상으로 관광비자를 발급중에 있으며 열흘간 2만4000건이 승인됐다. 2030년까지 내국인을 포함해 연간 1억명의 관광 수요를 발생시켜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왕국은 방탄소년단 공연 유치와 맞물려 주변 관광지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유적과 보물 홍보, 새로운 휴양지와 테마파크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사회적 관습도 완화했다. 7일(현지시간) 현지 보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남성 보호자 없이 여성 혼자 관광할 수 있도록 했고, 외국인 여성은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아바야(목부터 발목까지 가리는 검은 색 통옷)를 입지 않아도 된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부부가 아니어도 혼숙을 허용하고 여자 혼자 숙박도 가능하도록 호텔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었다.
방탄소년단을 따라 국내 회사들도 중동 시장에 물꼬를 텄다. 네이버는 브이라이브 플러스(VLIVE+)를 통해 사우디 콘서트를 전세계로 라이브 스트리밍하고 가입자수를 늘릴 전망이다. VLIVE측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 이어 방탄소년단의 역사적인 현장을 또 한번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게 돼 영광이다" 라며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을 처음 진행하는 국가인 만큼 준비과정부터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전세계의 많은 팬들이 즐겁게 시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중동을 주요 신흥시장으로 분류했다. 팰리세이드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인 방탄소년단을 위해 팰리세이드를 현지 이동차량으로 제공한다. 또 사우디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도 수소에너지, 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다. 사우디 정부가 지난해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면서 새로운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음악과 동영상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협업으로 팰리세이드의 대담한 디자인과 기능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