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개막 후 열흘이 지났다. 5일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2019~2020시즌 현대모비스 프로농구가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순위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 1라운드 일정을 절반 가량 소화했을 뿐이지만 개막 초부터 순위표에 이변이 예고되고 있다.
15일 현재, 순위표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팀은 원주 DB와 인천 전자랜드다. DB와 전자랜드는 나란히 개막 4연승을 질주하며 초반 돌풍을 이어가는 중이다. 'FA 최대어' 김종규와 김태술, 김민구 등 '3김'을 품으며 숨은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DB는 예상 범주 안이었다고 해도, 전자랜드가 보여주는 상승세는 인상적이다. 유도훈 감독 지휘 하에 매 시즌 '다크호스'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창단 23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며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 정례 행사처럼 던져진 '우승 후보' 질문에선 한 표도 받지 못해 내심 섭섭했던 마음을 초반 4연승으로 화끈하게 털어내고 있다. 유도훈 감독 말처럼 "강팀 반열에 들어섰다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매 경기 좋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3위 자리에 올라있는 전주 KCC의 약진도 눈에 띈다. 4년여 만에 코트에 돌아온 전창진 감독은 개막전서 우승 후보로 손꼽힌 SK를 연장 접전 끝에 물리치고 승리를 따내며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하승진의 은퇴, 주전 선수들의 이적, 1옵션 외국인 선수 영입 불발 등 여러 가지 악재 속에 선수단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을 받았지만 뚜껑을 열자 3승1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초반 순항 중이다. KCC에 일격을 당했던 SK는 이후 3연승을 질주하며 4위에 올라있고, 부산 kt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2승2패로 안양 KGC인삼공사와 함께 5위를 지키고 있다.
약세로 평가받았던 서울 삼성은 2승3패로 7위, 고양 오리온도 단신 외국인 선수 영입의 부작용으로 지적된 높이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1승3패로 8위에 처져있다. 그 아래로는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두 팀이 있는데, 개막 후 3전 전패 중인 울산 현대모비스와 5전 전패 중인 창원 LG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 현대모비스의 부진이 눈에 띈다. 워낙 국내 선수진이 좋고 외국인 선수들의 조합도 나쁘지 않아 올 시즌도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맞았다. 비시즌 주축 선수들의 잇딴 부상과 대표팀 차출 등으로 인해 어렵게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1라운드 목표는 4~5승 정도"라며 팀이 제 컨디션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순위표가 보여주는 척도는 분명하다.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폐지, 그리고 매 쿼터 1명 출전으로 규정이 변화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전력이 좋은 팀이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10개 구단 사령탑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듯 '상향 평준화'된 각 팀의 전력도 영향을 미쳤다. 겨우 출발선에서 한 걸음 뗀 상황이지만, 앞으로 정규리그 6라운드까지 소화하는 과정에서 혼전 양상이 예고되는 만큼 1라운드 승수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