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먹는샘물 시장 '판'이 커지고 있다. 3강 제품인 '제주 삼다수' '롯데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를 이을 또 다른 경쟁자들이 몰려오고 있어서다. 당장 식품 기업인 오리온에 화장품 기업인 LG생활건강이 새로운 '물'을 들고 나온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생수시장에서 기존 업체의 아성을 넘을지 주목된다.
오리온도 생수 판다
1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내달 '제주용암수'를 출시, 국내 생수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지난해 '오그레놀라'로 간편식 시장에 뛰어든 이래 생수 사업을 또 다른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오리온은 당초 오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주용암수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제품을 대량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산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어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이에 따라 신제품 출시 일정도 이달 말에서 내달 중순으로 변경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제품 완성도가 높은 국내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를 표방하다 보니 내부적인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더 완성된 제품을 목표로 출시를 늦추게 됐다"며 "내달 중순이면 국내에 신제품 생수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이번 사업을 위해 3년 전 제주용암수의 지분 57%를 인수하고 작년에 추가로 30%를 사들였다. 제주용암수는 40만 년 동안 천연 필터 현무암에 여과된 담수로 미네랄,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생수다. 일반 생수와 달리 '프리미엄'을 표방한다. 에비앙, 볼빅 등 해외 생수와 경쟁하며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가격도 제주삼다수 보다 다소 높게 책정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 생수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 후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초코파이 등을 통해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생수 마케팅을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오리온에 이어 내년에는 LG생활건강(LG생건)이 '울릉샘물'을 들고 국내 생수 시장에 뛰어든다. 울릉군이 먼저 추산용천수를 지역 대표 생수 브랜드로 키우려고 개발 허가를 취득한 뒤 지난해 LG생활건강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LG생건은 지난달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자본조달과 사업계획 수립·시행·먹는 물 개발에서 제조·판매 등 사업 전반을 맡기로 했다. LG생건은 이미 제주삼다수를 위탁 판매(도매) 중으로, 생수 유통에 대한 경험이 많다.
LG생건 관계자는 "생수 사업 진출은 집중된 화장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며 "울릉샘물을 제2의 국민브랜드로 키운 다음 중국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커지는 생수시장
국내 생수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잇따르는 이유는 높은 성장세에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먹는샘물 소매점 매출은 2013년 5476억원에서 2018년 8315억원으로 5년새 51.8% 성장했다. 최근 온라인 판매가 크게 늘고 있어 이를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18년 생수시장 규모를 약 1조3600억원으로 조사했으며, 2023년에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생수 시장 성장 요인으로는 1인 가구 증가가 꼽힌다. 1인 가구에게는 월평균 3만5000원 이상이 드는 정수기 렌탈 비용에 비해 온라인으로 생수를 구매하는 것이 절반 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새벽 배송 등의 신유통 프로세스가 일반화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업계는 오리온과 LG생건 등 대기업이 생수시장을 노크하면서 시장 격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생수 시장은 '제주삼다수'가 40.5%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그 뒤를 롯데칠성 아이시스와 농심 백산수 등이 뒤따르고 있다. 그밖에 점유율이 다소 낮지만 하이트진로의 석수, 동원F&B 동원샘물, 풀무원샘물 등도 점점 생산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정수기를 설치하는 것보다 생수를 사 먹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생수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다수·아이시스…품질·배달 강화로 '맞불'
후발주자의 도전에 기존 강자들은 품질 및 배달 서비스 강화 전략으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작년부터 전용 앱을 제작해 정기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모바일 주문 시 제품 배송 주기와 요일을 선택해 원하는 날짜에 맞춰 삼다수를 배송해주는 정기 배송 서비스다.
아이시스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는 2013년부터 이미 온라인 영역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롯데쇼핑 앱에 생수 카테고리를 신설해 맞춤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이시스' 자체 배송 앱도 선보이며 일찌감치 모바일 환경으로의 시장 전환에 대응할 준비도 마쳤다. 이와 더불어 최근 어린이 스스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소용량(아이시스 200mL) 제품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층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있다.
농심 백산수도 1인 가구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1ℓ 제품을 출시, 소용량 생수시장에서 입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또 에비앙 등 글로벌 생수 업체 설비를 생산하는 독일 크로네스사와 제휴해 보틀링(물을 병에 담는 것) 작업을 수행하는 등 품질 향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