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단성골드빌딩에서 단성사 영화역사관 개관식이 열렸다. 건립자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과 원로배우 신영균, 임권택 감독,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위원장 이장호 감독, 배우 김혜자 등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는 10월 27일은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종로 옛 단성사에서 상영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단성사가 영화역사관으로 재탄생한다.
단성사 영화역사관은 한국영화 초기부터의 영화 포스터, 전단지, 시나리오, 촬영현장 스틸사진, 영화관련장비 등 총 8만 4200여 점의 국내외 수집자료 중 5500여점을 선별해 한국영화 100년의 기록과 세계 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최초 단성사 목조건물이 화재로 소실된 후 1934년 신축한 극장 건물의 벽돌과 원본 사진도 전시돼 있다.
기념 테이프 커팅 후 마이크를 잡은 백성학 회장은 "이곳이 100년 전 영화를 처음 상영한 곳이다. 인수한 후 2년 전 이곳을 완공했다. 앞으로 학생들, 특히 영화인들의 교육 장소로 쓰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신영균은 "1919년, 100년 전 단성사에서 첫 영화가 개봉됐다. 1926년 '아리랑'이 상영됐다. 저는 1928년에 이 세상에 태어났다. 70년을 영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한국영화 역사 100년 누구보다 더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백성학 회장이 단성사를 인수해서 영화계를 위해서 영화 역사관을 마련했다는 것에 대해 영화인으로서 깊이 감사하다. 영화계 발전을 위해 역사관을 잘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종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도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종로가 대한민국의 중심인데, 종로에 명품이 하나 들어선 것 같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이 만들어진 것은 축하하고 감사할 일이다. 지금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한 선진국에 근접한 국가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 영화도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실력을 쌓았다. 이런 역사관을 만든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교육의 장이 되면서 영화 역사를 잘 보존하는 귀한 역사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권택 감독, 이장호 감독, 김혜자가 차례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를 여기서 개봉했다. 크게 흥행해서 매일 극장 옆 2층 다방에 가서 사람들이 모인 광경을 보면서 몇 달을 정신없이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영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서편제'가 선물해준 것 같다"며 단성사와 함께했던 영화인 임권택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장호 감독은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영화 100년 기념행사가 있다. 앞서 단성사 영화 역사관에서 테이프를 끊게 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면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영화가 오늘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은 어려움과 가난이 우리를 성장시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단성사 영화역사관의 건립자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 그리고 월드비전과 함께 에티오피아에 복지 시설 '백학마을 OBS 김혜자 센터'를 조성하며 인연을 맺었던 김혜자는 "건립자인 백성학 회장이 예전에 저보고 에티오피아 아이들을 위해 뭘 짓자고 했다.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2년 후에 정말 지어주셨다. 그걸 잊지 못한다. 소외된 나라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영화박물관을 하신다고 해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축하드리려고 왔다"고 밝혔다.
향후 단성사 영화역사관은 학생들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학교 및 학생들의 단체 관람을 위해 주 1회 무료 개방 계획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