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키움키어로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9회말 무사 1,2루서 두산 페르난데스가 투수 앞 땅볼을 치고 질주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이번 시즌 종료 뒤 3피트 수비 방해와 관련된 규정은 반드시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22일 잠실서 치러진 두산- 키움의 한국시리즈(KS) 1차전. 6-6으로 맞선 9회 말 두산의 공격 무사 1·2루서 두산 페르난데스가 친 타구가 투수 오주원을 향했다. 오주원은 선행주자를 포기하고 1루로 던져 타자만 아웃 처리했다. 그러자 키움 벤치에서 '3피트 수비 방해 아웃이 아니냐'고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판독 결과 받아들여졌다. 이에 2·3루에 도달한 선행주자는 다시 1·2루로 돌아왔다. 수비 방해 선언 시 주자는 귀루해야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비디오 판독 후 심판진에 항의 시 퇴장인 것을 알면서도 그라운드로 걸어 나와 불만을 나타냈다. 퇴장이 선언됐다.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면 22일 페르난데스의 주루는 ‘3피트 수비 방해’에 해당한다. 페르난데스는 송구 시점에서 양발 모두 파울 라인 안쪽에 두고 달렸다. KBS 중계 캡처 이번 시즌부터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면 페르난데스의 주루는 분명 '3피트 수비 방해'에 해당한다. KBO가 6월 중순 '제4차 실행위원회'를 개최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송구 시점에 '타자 주자가 3피트 라인 시작점부터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는 경우 수비 측이 홈 플레이트 근처와 1루 파울라인 근처 수비 시에는 즉시 수비 방해를 선언'하기로 했다. 왼발만 파울라인 안쪽에 있어도 수비 방해가 선언되는데, 페르난데스는 양발 모두 라인 안쪽에 두고 달렸다.
'3피트 수비 방해' 논란은 2019년 KBO 그라운드를 달군 뜨거운 이슈였다. 심판진에 따르면 감독들의 요청으로 기존의 룰을 좀 더 강화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각 구단 스프링캠프 때 구단 및 선수단을 대상으로 충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즌 초반 오심이 잇따랐다. '특정 팀에 불리한 판정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같은 상황서 정반대의 판정이 내려지는 등 적잖은 혼선이 발생했다. 규정에 대한 설명도 조금씩 바뀌었다.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더욱 컸다.
결국 6월 중순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인 실행위원회에서 규정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동시에 '3피트 수비 방해' 판정을 비디오판독 대상 플레이에 추가하기로 결론 내렸다. 정리하면 ▶타구가 1루 측과 투수 쪽(가운데)을 향했을 때 야수의 송구시점에 타자 주자가 3피트 라인 시작점부터 파울라인 안쪽에 한쪽 발을 두고 달릴 경우 '무조건' 수비 방해가 선언된다. 반면 ▶3루 측 타구 시에는 심판원이 송구를 방해했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려도 수비 방해가 선언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규정이 적용된 이후 그라운드에서 이상한 풍경이 연출된다. 희생번트를 시도한 타자가 파울라인 바깥쪽을 멀찌감치 돌아 달리는 경우가 꽤 많았다. 1루 주루 코치는 '바깥쪽으로 달려라'는 손짓을 했다. 타자도, 코치도,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도 이런 풍경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3피트 수비 방해' 선언을 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달린 것이다. 타자는 '살기 위해(출루)' 달려야 하는데, 마치 '죽지 않기(3피트 수비 방해 아웃)' 위해 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메이저리그도 '3피트 수비 방해'와 관련된 규정이 있지만 선수들은 이처럼 주루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어느 리그에서도 볼 수 없는 다소 이상한 주루 플레이가 KBO 리그에만 속출했다.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키움키어로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김태형 감독이 9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페르난데스가 3피트 수비방해로 아웃판정을 받자 어필하고 자동퇴장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감독들이 '3피트 수비 방해' 규정의 좀 더 엄격한 적용을 요청한 것은 타자가 출루를 위해 일부러 야수의 송구를 방해하고자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였다. 가령 타이밍상 아웃일 뻔한 타자가 야수의 송구를 방해해, 또는 송구에 맞아서라도 출루를 유도하는 플레이가 종종 발생해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역설적으로 타자의 주루를 소극적으로 유도했다. 이전에는 심판의 주관적 판단 속에 '3피트 수비 방해' 선언이 이뤄졌다. 현재는 타구의 방향에 따라 적용 여부를 나눠 심판진이 판정에 따른 부담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나, '이게 과연 올바른 규정인가?'라는 의구심을 만들었다. 22일 KS 1차전 페르난데스의 주루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사실상 송구 방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투수 오주원은 마운드 바로 앞에서 공을 잡아낸 뒤 바로 송구했다. 1루 방향으로 몇 걸음조차 떼지 않았다. 이 플레이가 도대체 '주자-야수의 충돌 방지 및 송구 방해를 막기 위한' 3피트 룰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키움의 승리로 끝났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판정, 아마 수 년간 야구팬들의 입에 오르 내릴, 해괴한 판정으로 남았을게 틀림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판정으로 승부가 갈리면 이긴 쪽도, 패한 쪽도 찜찜하기 마찬가지다.
정규시즌 도중 A 감독은 "감독자 회의에서 이런 취지로 3피트 수비 방해 선언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B 감독은 "수비 방해 판정 취지는 인정한다. 주자와 수비수의 충돌에 따른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희생 번트를 하고서도 (혹시 모를 악송구 등에 대비해) 베스트로 뛰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C 감독은 "1루로 뛰는 과정에서 왼쪽 발은 파울라인 안쪽에 있어도 크게 수비를 방해하지 않는다"며 규정 완화를 희망했다.
실행위원회에 참석한 D 단장은 "3피트 수비 방해는 두 가지 상황에서만 적용돼야 올바를 것 같다. 타구가 1루 쪽 파울라인으로 향해 야수가 처리할 때, 또 (포스 아웃 등 상황에서) 홈으로 송구된 공을 포수가 다시 1루로 던질 때 상황에서다"라는 의견을 냈다.
KBO와 실행위원회는 "시즌 중에 룰 개정의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KBO는 "시즌 종료 후에 감독과 심판, 실행위원회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남아있는 한국시리즈 6경기서 또 다시 3피트 논란이 불거지면 그땐 어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