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홍(33)은 '멜로가 체질'이다. 칭찬엔 수줍은 미소로 화답했고 질문엔 내숭 없이 솔직한 생각을 풀어놨다.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속 손범수 캐릭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을 감성이 묻어나는 옷차림으로 단골집을 찾았다. 이번 취중토크는 실제 안재홍의 단골집에서 진행됐다. 가게 주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그는 "평소 길을 지나갈 때도 사장님과 인사한다"면서 "반반"을 외쳤다. 좋아하는 막걸리 비율이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너무 재밌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반전 과거가 공개됐다. 과거 학창 시절 래퍼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것. 그 사실이 공개되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요즘은 랩이 아니라 발라더다"라고 어필하며 새로운 모습을 기대케 했다.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은 안재홍 씨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요? 제 매력이요? 대본과 연출이 좋았기 때문에…. 안주 많이 드세요. 하하하."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왔는데, 원래 성격은 차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저를 만나면 당황하시더라고요. 말도 많을 것 같고, 엄청 발랄할 것 같은 이미지잖아요. 근데 실제 저는 말이 많지 않아요. 진중한 성격이라고 주장하고 싶고요.(웃음) 정봉이로 불리던 시절에는 정말 제가 그런 성격으로 변해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어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의 차이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었나요.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니까 저는 더 좋아요. 이전에는 식당에 가면 '밥을 더 맛있게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봉이가 먹방을 한창 했었잖아요. 하하. 지금은 자연스럽게 제 모습 그대로 있어요. '저 사람이 원래는 이런 모습이구나'라는 이해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모두의 우려와 달리, 보란 듯이 정봉이의 이미지를 지워냈어요. "저는 지금도 가끔 포털사이트에 '정봉이'를 검색해봐요. 어떤 게시물이 올라오는지 궁금해서요. 요즘엔 반려동물 이름이 정봉이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강아지, 고양이 이름과 어울리나 봐요. 정봉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보곤 하는 것 같아요."
-마주 앉아보니 눈이 참 예쁘네요. "저요? 음. (쌍꺼풀 수술) 안 했어요.(웃음)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쌍(꺼풀)수(술)'가 있더라고요. 안 했습니다. 안 했어요."
-'멜로가 체질'이 방송되기 직전 체중 감량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죠. "요즘엔 유지 정도 하고 있어요. 헬스장 다니면서 운동하고 있어요. PT를 받고 있는데, 선생님이 더 신나서 가혹하게 운동을 시키더라고요. 저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시나 봐요."
-다이어트 후 찍은 화보도 화제였어요. "화보를 잘 못 찍겠어요. 사진 찍는 게 너무 어려워요. 영상은 카메라에 제가 담기는 걸 의식하면서 모습을 이어나갈 수 있는데, 정지된 사진은 너무 어렵더라고요. 어떤 화보를 말하는 건지는 알겠어요. 사실 그 화보 (마음에 들어서) 제 SNS에 올렸어요.(웃음)"
-고등학교 때 힙합 동아리 소속이었던데요. "다이나마이크라는 동아리에서 랩을 했습니다. 하하하. 요즘엔 발라더로 전향했는데, 이전에는 1세대 힙합 랩을 많이 했죠. 드렁큰타이거 노래 많이 한 기억이 나네요. 축제에서 공연도 했었어요."
-발라더로 완전히 전향한 건가요. "지금은 정통 발라드만 부르고 있습니다. '멜로가 체질' 종방연을 하면서 다 같이 노래방을 갔어요. 신승훈 선배의 '그 후로 오랫동안'을 불렀는데, 다들 웃긴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왜 웃긴진 모르겠어요. 그냥 이상하게 그 노래가 부르고 싶었어요. 으하하."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교 다닐 때, 성적순대로 줄을 세워서 학과에 진학하고, 꿈들을 나눠 가지는 것에 불만이 있었어요. 사춘기였나봐요. 대학에 진학을 해야 하니, 어린 마음에 대학생은 되고 싶고, 어느 과를 갈지 고민을 하게 됐죠. 성적이 좋은 편도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비디오 세대라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엄청 빌려본 기억이 있어요. 이런 경험들 때문에 영화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참 막연했죠. 거창한 꿈이 있다거나 연기 입시학원을 다녀본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학교에 와서 연기를 시작하면서 꿈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겪으면서 더 꿈이 생겼어요. 간절해졌고 붙잡고 싶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독립영화부터 차근차근 시작했죠. "부산에서 서울에 올라와 친구도 없었어요. 같은 과 친구들과 무대도 만들고 연습도 하는 것들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집에 가면 할 일도 없으니, 학교에서 계속 작품에만 몰두했던 것 같아요.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 더 넓고 깊게 가고 싶어요. 차곡차곡 담고 싶고, 건강하게 걸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계획이 다 있죠. 무계획이 다 계획인 거 아시죠? 하하."
-'멜로가 체질'에 이어 '액션이 체질'인 안재홍 씨의 모습도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액션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족구왕'에서 제가 맡았던 캐릭터의 모토가 '쿵푸팬더' 주인공 포였어요. 포가 무술 고수가 돼가는 모습을 보며 저도 액션 영화가 정말 해보고 싶더라고요. 몸은 잘 쓰는 편이에요. 액션스쿨 잘 다닐 자신도 있습니다. 아직 안 해본 캐릭터가 워낙 많으니 액션도 그중 하나에요."
-단편영화 연출은 계속될까요. "내심 준비하고 있어요. 일기 쓰듯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로드무비에요. 연출도 제가, 출연도 제가 합니다. 제가 투자자라서요.(웃음) 누굴 캐스팅할 여건이 안 됩니다. 연출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생각은 아직 전혀 없어요.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감독의 입장을 알고 싶었어요. 디렉션을 주는 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넓은 시각을 갖고 싶었고요. 편집도 직접 해보고 하니 연기할 때 도움이 되는 면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