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에서 득점왕 배출. 세계 많은 축구 리그에서 공식처럼 느껴지는 이 법칙. 아직 K리그에서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 지난 2018시즌까지 총 36시즌을 치렀고, 우승팀에서 득점왕이 배출된 사례는 9시즌에 불과하다.
1985년 럭키금성 황소의 피아퐁이 12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럭키금성이 우승을 차지하며 최초의 사례로 역사에 남았다. 이어 1988년 이기근(포항제철 아톰즈·12골) 1990년 윤상철(럭키금성·12골) 1999년 샤샤(수원 삼성·18골) 2003년 김도훈(성남 일화·28골) 2005년 마차도(울산 현대·13골) 2006년 우성용(성남·16골) 2009년 이동국(전북 현대·20골) 2012년 데얀(FC 서울·31골) 등이 우승과 득점왕을 동시에 차지한 주인공들이다.
2019시즌. K리그 역대 10번째 우승팀과 득점왕이 동시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울산과 브라질 특급공격수 주니오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울산은 지난 26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35라운드 강원 FC와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승리의 주역은 주니오. 그는 전반 2분 아크 중앙에서 강원 수비수 3명을 따돌리며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은 주니오는 전반 10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크 오른쪽에서 올라온 김태환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멀티골을 폭발시킨 주니오는 올 시즌 총 17호, 18호골을 쏘아올렸다. 득점 공동 1위로 치고 올라가는 순간이다.
현재 주니오는 수원 삼성의 아담 타가트(18골)와 치열한 득점왕 전쟁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내내 타가트가 단독 1위를 질주했지만 막판 주니오가 폭발하면서 순위를 안갯속으로 빠뜨렸다.
주니오가 멀티골을 작렬시킨 날 전북은 고개를 숙였다. 울산과 역대급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는 전북이 서울과 1-1 무승부에 그쳤다. 전북의 승점은 72점에 멈췄다. 강원을 잡은 울산은 75점으로 달아났다. 두 팀의 격차는 3점으로 벌어졌다. 울산이 우승주도권 싸움에서 한 발 앞서나간 것이다.
따라서 우승팀과 득점왕이 동시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려 7년이나 지났다. 2012년 데얀이 31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서울을 우승으로 이끈 것이 마지막이었다. 울산과 주니오가 이를 해낸다면 K리그에는 10번째 역사가 써질 수 있다.
울산의 수장인 김도훈 감독도 경험이 있다. 2003년 김 감독은 28골을 터뜨리며 성남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28골은 K리그 한 시즌 개인 최다골 신기록이었다. 이 기록은 2012년 데얀에 의해 깨졌다. 우승과 득점왕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것이 열마나 영광스러운 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김 감독은 이런 짜릿한 경험을 주니오에게 전파하고 있다.
가능성은 높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3경기. 울산은 서울-전북-포항 스틸러스와 3연전을 남겨놓고 있다. 주니오 역시 타가트와 격차를 벌려야만 한다. 울산과 주니오 모두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