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자격을 얻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재계약 여부는 전력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심리까지 영향을 미친다. 롯데가 전준우(33)와의 협상에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이맘때까지는 전준우를 향한 평가가 박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치른 첫 풀타임 시즌(2017년)에서 타율 0.321·18홈런을 기록한 선수다. 2018시즌은 타율 0.342·33홈런을 기록하며 더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수비력이 좋지 않다는 꼬리표가 있었다. 성공 사례가 드문 롯데 프런트의 안목도 영향을 미쳤다. 아무리 내부 FA라도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현재 평가는 1년 전과 다르다. 전준우는 2019시즌도 빼어난 공격력을 보여줬다. 타율 0.301·22홈런을 기록했다. 반발력이 낮아진 공인구 여파, 최하위로 떨어지며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도 분투했다. 전성기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롯데는 포스트 이대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전준우는 지명타자로 활용할 수도 있다. 외야 한 자리는 주전 경쟁을 유도하면 된다. 수비력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선수단 리더 역할도 제격이다. 롯데 더그아웃은 이대호가 주장에서 물러난 뒤 맞이한 2019시즌에 매우 어수선했다. 손아섭은 부담을 이기지 못했고, 이적생 민병헌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전준우는 거취를 확신할 수 없었기에 전면에 나서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수단 내 신망이 두터운 선수다. 잔류한다면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전력 유지와 리더 확보만으로도 롯데는 전준우를 잡아야 할 명분이 있다.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예년과 달리 내부 FA 대우가 구성원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오프시즌이다. 현장 지도자 다수가 옷을 벗은 상황이 주는 변수를 살펴야 한다.
롯데는 새 단장 체제에서 프런트와 선수단의 소통이 긴밀해졌다는 후문이다. 지도자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지난 27일에는 준비된 감독감으로 평가받던 허문회 전 키움 수석 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19년 최하위 팀이 본격적으로 변혁과 체질 개선을 이루기 위해 달린다.
구색은 갖췄다. 그러나 내부 결속을 장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장과 프런트 수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지도자 다수가 팀을 떠났다. 전임 단장과 감독 그리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부 코치와 선수 얘기다. 롯데 팬의 비난을 받던 이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새 프런트의 의사 결정은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남은 선수는 자책감이 들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사제 기간을 이어온 야구계 선배다 다수다.
롯데는 지도자가 오래 머물지 못하는 팀이라는 인식을 준다. 이름값 있는 감독이 부임해도 코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계약직인 지도자는 성과로 거취가 결정된다. 명분이 있는 인사도 있다. 이 점을 감안해도 스치듯 떠나간 지도자가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마저 상식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면 선수단은 소속팀에 애정을 갖기 어렵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할 때도 동요가 컸다고 한다. 전준우가 다른 팀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다. 팀을 떠날 수도 있다. 롯데의 새 프런트는 최소한 데뷔부터 헌신한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보려는 행보가 필요하다. 협상 태도는 선수단 사이에 모두 공유가 된다. 이성적 판단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