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지막 승부수다. 뼈 아픈 한 해를 보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단짠 가족 영화를 통해 '유종의 미'에 도전한다.
각 주요 배급사의 연말 라인업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은 내달 27일 개봉을 확정지은 '감쪽같은 그녀(허인무 감독)'를 마지막 카드로 선택했다. 당초 전도연·정우성·배성우·윤여정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의 총출동하는 떼주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을 놓고 연말 개봉을 저울질 했지만 과감하게 2020년 상반기로 넘기고 '감쪽같은 그녀'에 총력전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감쪽같은 그녀'는 72세 꽃청춘 말순 할매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 공주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막히고 수상한 동거를 그린 영화다. '소공녀'에서 '감쪽같은 그녀'로 제목을 변경, '유쾌한 감동'을 포인트로 잡았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빛내는 국민배우 나문희와 국민아역 김수안의 65년 차 케미스트리 역시 전 연령대 관객층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에 이어 국내 5대 배급사로 거듭나려는 조짐을 보였던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은 올해 '기묘한 가족(이민재 감독)' '썬키스 패밀리(김지혜 감독)' '롱 리브 더 킹(강윤성 감독)'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가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절치부심, 2020년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새 투자작들은 기대작이 상당한 상황. 그 물꼬를 '감쪽같은 그녀'가 터줄지, 30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벗은 첫 분위기는 성공적이다.
허인무 감독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인물이 한 공간에서 만나 충돌하고 화해하면서 발생하는 유쾌함과 뭉클함을 찾아보자'로 시작했던 작품이다. 오로지 두 배우와 캐릭터에 집중하고 싶었고, 아련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꽃청춘 말순 vs 애어른 공주 '철부지 할매' 말순은 동네를 주름잡으며 나 홀로 라이프를 즐기는 인물. 나문희는 하루아침에 이팔청춘으로 몸이 바뀌어 버린 '수상한 그녀'(2014) 욕쟁이 할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신고를 밥 먹듯이 넣는 민원 왕 도깨비 할매에 이어 진정한 '꽃청춘 할매'의 컴백이다. 나문희는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모습부터 갑자기 나타난 손녀 공주와 티격태격하는 모습,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까지 웃음과 감동을 아우르는 연기를 펼쳤다.
갓난 동생 진주까지 업고 말순 할매 앞에 나타나 다짜고짜 자신을 "손녀"라고 소개하는 공주는 육아의 달인, 살림 100단을 자랑한다. 성인 연기자 못지 않은 작품 분석으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뽐내기로 유명한 김수안은 차진 사투리에 당차고 씩씩한 이미지는 물론, 풍성한 감성 연기까지 살아 숨쉬는 캐릭터 공주를 완성, 관객들을 압도할 준비를 마쳤다.
"양보할 수 없는, 선물같은 캐스팅" 올해 데뷔 59년 차 배우 나문희는 현재까지도 영화는 물론, 드라마, 연극, 뮤지컬, 광고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할매'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남다른 연기 내공으로 완성시킨 코미디 연기를 통해 각종 유행어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1020세대까지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처음부터 '말순=나문희' 외 대안조차 마련해 놓지 않았었다는 허인무 감독은 "양보할 수 없는 캐스팅이었다. 될 때까지 찾아가고 또 찾아가 읍소를 하고 떼를 쓰려는 마음도 있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참여해 주셔서 좋았다"며 "현장에서는 무림의 고수처럼 신을 평정해 버렸고, 내가 굉장히 길게 쓴 대본도 몇 가지 표정으로 설명해 내시더라. 내 수다가 선생님의 표정에 졌던 순간이었다. 행복했다"고 나문희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2011년 6살의 나이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수안은 현재까지 약 17편의 상업 영화에 출연하며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부산행' 공유 딸, '군함도' 황정민 딸에 이어 '신과 함께-죄와 벌' 지옥의 신으로 '천재 아역'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미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던 김수안은 이번엔 나문희의 손녀로 싱크로율 높은 매력을 자랑할 예정이다.
김수안에 대해서는 "'아역배우'로 한정짓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 허인무 감독은 "'아역'이라는 표현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그것조차 편견이다. 한 번도 '아이와 작업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매일 매일이 선물 같았다"고 극찬했다.
"65년 나이차? 실감 못했다" 전작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로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쓴 나문희는 이후 첫 작품으로 '감쪽같은 그녀'를 택해 주목 받았다. 수 많은 스케줄로 실제 건강에 무리가 있었다는 나문희는 "아팠고, 외로웠던 순간 받은 시나리오였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힘을 얻었고 '나를 안 써주면 어쩌나' 걱정돼 바로 '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세월이 흘러가는대로, 무심하게 살아가는 할머니 그 자체를 연기했다. 깊이 공감했다"고 고백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은 나문희의 개인적인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나문희는 '꽃청춘 할매' 캐릭터를 위해 실제 어머니의 의상과 소품을 빌렸다는 후문. 나문희는 "어머니가 98세인데 아직 살아 계신다. 평소 예쁜 것을 좋아하셔서 예쁜 아이템들이 많다. 그리고 여전히 예쁘다. '여기에 엄마를 가져다 놔 보자' 싶어 꽃무늬 스카프 등 어머니 개인 소장 용품을 많이 택했다. 그래서 감정도 더 좋았다"고 흡족해 했다.
김수안과 65년의 나이 차는 크게 문제될 것 없었다. 현장에서도 나문희와 김수안은 시종일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데도 여념이 없었다. 박경림은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문희 선생님이 '더 컸네!' 하면서 수안이부터 꼭 안아 주시더라"고 두 사람의 케미를 입증하기도 했다.
나문희는 "내가 노심초사하는 스타일이라 평소에 가만가만 놀기만 하는 수안이를 보면서 처음엔 은근 불안해 했다. '쟤가 왜 저러나' 싶었는데, 촬영만 들어가면 달라지더라. 괜한 염려를 했던 것이다, 너무 좋았다"며 친손녀처럼 김수안을 품었고, 김수안은 "너무 대선배님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워낙 잘 챙겨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실제 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했다"고 손녀딸 같은 애교를 부려 눈길을 끌었다.
허인무 감독은 "현장에 수안 양은 엄마와, 나문희 선생님은 딸과 함께 왔다. 딸과 엄마, 엄마와 딸이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영화 찍는내내 행복했고, 기운도 났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가 전달할 따뜻한 메시지와 분위기를 파악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