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시즌 최대 관심사인 FA 시장이 개장한다. 전준우(33·롯데)와 오지환(29·LG)을 비롯한 19명이 자유계약으로 풀렸다. '대박'을 노릴 기회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FA 시장엔 총액 700억 원이 넘는 '돈 잔치'가 벌어졌다. 그러나 2018년과 2019년 이 기조가 한풀 꺾였다. 합리적인 투자를 앞세운 구단이 지갑을 닫았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비슷할 전망이다. '대어가 없다'는 건 FA 시장을 바라보는 공통된 시선이다. 장점만큼 단점이 뚜렷하다. '뜨거운 감자'로 평가받는 전준우는 올해 타율 0.301, 22홈런을 기록했다. '투고타저' 기조 속에서 성과를 낸 몇 안 되는 FA 타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 해가 지나면서 기량이 급락하는 '에이징 커브'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수비 범위가 좁고 어깨도 강한 편이 아니다. 선수가 원하는 가격과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적정선을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오지환은 나이가 최대 강점이다. 1990년생으로 안치홍(KIA)과 함께 올해 FA 중 최연소다. 매물이 귀한 유격수라는 포지션도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올해 규정타석을 채운 54명 중 타격이 49위. 승부처에서 뜬금없는 실책으로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무엇보다 '안티 팬'이 많아 영입을 검토하는 구단으로선 고민거리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버티다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FA 계약에 관여하는 A 구단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LG의 단독 입찰이 유력하다"고 했다.
이지영(33·키움)과 김태군(30·NC)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포수'다. 이지영은 포스트시즌 맹활약으로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30대 중반의 나이가 걸림돌이다. 포수는 '에이징 커브'가 뚜렷한 포지션이다. 2009년 1군 데뷔 후 규정타석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
김태군은 이지영보다 세 살이 어리다. 파이팅이 좋고 분위기 메이커다. 수비는 준수하지만, 공격에서의 기대치가 제로에 가깝다. 올해 1군 타율이 0.182(22타수 4안타)에 불과하다. 1군 통산 홈런이 14개(843경기). 통산 출루율도 0.300으로 낮다. B 구단 관계자는 "FA는 수요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데 현재 FA로 포수가 필요한 구단은 롯데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FA 시장에서 이적이 가능하다고 분류되는 자원은 김선빈(30)과 안치홍(29·이상 KIA)이다. 그러나 두 선수를 둘러싼 계산법도 복잡하다. 우선 김선빈은 2017년 타격왕을 차지한 경력의 소유자다. 오지환과 같은 포지션이 유격수. 그러나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3년 연속 떨어졌다. 단점이 뚜렷하지 않지만, 장점도 명확하지 않다. 안치홍은 지난해 A급으로 평가받은 '예비 FA'였다. 내야 보강이 필요한 구단으로선 매력적인 자원에 가까웠다. 그러나 2루 수비에서 허점을 보이면서 가치가 급락했다. 타점은 반 토막(118→49)이 났다. 연봉이 5억원으로 영입할 경우 보상금(연봉의 300%)만 최대 15억원이다.
나란히 FA 재자격을 얻은 오재원(34·두산) 김강민(37·SK) 유한준(38·KT) 송은범(35·LG)의 이적도 쉽지 않다. 나이를 고려하면 장기 계약을 안길 외부 팀을 찾기 힘들다.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인 정우람은 연봉이 8억원으로 보상금이 최대 24억원이다. 박석민(NC·연봉 7억5000만원) 김태균(한화·연봉 10억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외부 경쟁이 없다면 몸값은 과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