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봉테일의 치밀한 계획일까. '기생충'의 제시카송이 북미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북미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며 현지 스크린을 휘젓고 있는 가운데, 극중 박소담이 부른 일명 '제시카송'이 북미 관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제시카 징글(같은 음의 반복이 많은 시구를 뜻하는 용어)로 표현되는 제시카송은 기택(송강호) 딸 기정이 박사장(이선균) 집안의 미술 과외선생으로 입성하기 전 오빠 기우(최우식)와 입맞춘 과외선생 프로필을 가사로 녹여 흥얼거리는 노랫말이다.
특정 제스처와 함께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시카고~"라고 읊조리는 기정의 모습과 해당 노랫말은 북미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불러 일으키며 '기생충'의 초반 키 포인트로 몰입도를 높였다. 가사는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공동작가이자 스크립터 한진원이 함께 작업했다.
무엇보다 '제시카송'의 원곡은 바로 '독도는 우리땅'. 북미 관객들은 제시카송을 넘어 원곡에 대한 관심까지 내비치고 있어 우연 혹은 운명적으로 북미에 '독도는 우리땅'이 동시에 홍보되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제시카송이 SNS를 뒤덮자 북미 배급사 네온(NEON) 측은 관객들의 반응을 귀신같이 놓치지 않고 공식 SNS에 '박소담에게 배우는 제시카 징글'이라는 동영상을 게재, 깨알 웃음을 자아냈다.
영상에서 박소담은 "'초인종 노래'를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바칩니다"라며 직접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노래를 불러 완벽한 팬서비를 펼쳤다. 또 'Ding-dong'이라며 영화에서 보여준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까지 표현, 센스를 확인케 했다.
네온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제시카 징글 무료 MP3 버전'을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도 덧붙여 마케팅의 진수를 보였다.
한편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국내 1000만 돌파, 해외 영화제 투어에 이어 지난 달 11일 개봉을 시작으로 북미 오스카 레이스에 합류한 '기생충'은 외신들의 뜨거운 반응 속 내년 2월 개최될 제92회 아카데이시상식 노미네이트 및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외국어영화상)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된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 국제장편영화 부문 노미네이트를 넘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수상권에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상황.
글로벌 수익 1억 달러(한화 약 1165억원) 돌파, 10일까지 북미 누적 수익 1127만8976달러(약 131억원)를 넘어선 '기생충'은 올해 북미 개봉 외국 영화 중 최고 수익, 역대 북미 개봉 한국영화 중 최고 수익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날 때부터 역대급 엘리트 코스를 쭉쭉 밟고 있는 '기생충'이 오스카를 품에 안으며 또 한번 한국영화 최초의 기록을 써낼지 '기생충'을 향한 주목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