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장소는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이곳에서 울산과 포항이 2013시즌 K리그1(1부리그) 최종전을 펼쳤다. 우승팀이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였다. 1위 울산은 승점 73점. 2위 포항은 승점 71점. 울산에 유리한 입장이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쟁취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울산 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반전. 울산은 90분까지 잘 버텼으나 추가시간에 무너졌다. 추가시간 포항 김원일이 드라마와 같은 결승골을 성공시켰고, 포항이 1-0으로 승리했다. 포항은 승점 74점을 쌓으며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울산은 승점 73점으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썼던 2013년. 포항은 영웅이 됐고, 울산은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울산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다.
그로부터 정확히 6년 후. 2019년 12월 1일. 운명처럼 울산과 포항이 하나원큐 K리그1 2019 최종전에서 격돌한다. 장소도 울산이다.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종합운동장으로 바뀌었지만 울산의 홈이다. 두 팀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울산은 승점 79점으로 1위. 포항은 53점으로 5위다. 울산은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리고, 우승의 길목에서 포항을 만난다. 2위 전북 현대가 승점 76점. 울산이 포항에 패배하고 전북이 강원 FC에 승리한다면 울산은 또 다시 포항으로 인해 우승컵을 놓칠 수 있다. 포항은 우승할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유종의 미를 위해, 또 라이벌전인 '동해안 더비' 승전보를 위해 양보할 마음이 없다. 다시 한 번 울산의 우승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실상 울산의 우승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마지막 상대가 포항이라 쉽게 우승 예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 시즌 울산은 1승2패로 포항에 열세였다. 포항은 37라운드에서 FC 서울을 3-0으로 완파하며 뜨거운 흐름을 장착했다. 게다가 울산의 주축 선수인 믹스 디스커루드와 김태환이 경고 누적으로 포항전에 나설 수 없다. 울산과 포항의 '악연'으로 인해 K리그1 우승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전북도 마지막까지 포항의 '기적'을 기다리며 우승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김도훈 울산 감독은 확고하다. 포항 트라우마를 넘고 우승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상상하는 12월 1일의 결말은 6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2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 감독은 "우승을 할 수 있는 승점 3점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6년 전 12월 1일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과거일 뿐이다. 올해 12월 1일에는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고 자신했다.
6년 전을 돌아보면 울산이 좌절한 이유가 보인다. 당시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한다'는 생각으로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소극적이면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주력했다. 90분은 잘 버텼지만 후반 추가시간 포항의 기적까지는 막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게 김 감독의 의지다. 공격 축구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포항에 이기기 위해서는 득점이 필요하다. 공격이 필요하다. 다득점을 하고 싶다. 3-2로 포항에 이기겠다"고 힘줘 말했다.
미디어데이에 동석한 울산의 베테랑 박주호는 "우승이라는 동기부여가 강하다. 차분하게 준비를 잘 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우승을 가져올 것이다. 왕좌에 오르겠다. 울산의 모든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울산의 이런 의지에도 김기동 포항 감독은 자신감이 넘친다. 물러설 이유가 없다. 그는 6년 전 12월 1일을 거론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울산전에서 의외성 있는 결과가 많이 나왔다. 2013년 12월 1일도 그랬다. 추가시간에 골을 넣어 포항이 우승을 했다. 이런 좋은 기억을 살려서 이번에도 포항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심감을 가지고 하면 잘 해낼 자신이 있다. 공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의 신예 공격수 송민규는 "긴 말이 필요없다. 울산에 지지 않겠다. 우승은 전북이 했으면 좋겠다"며 울산을 도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