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K리그가 끝났지만 2019년 한국 축구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차례다.
E-1 챔피언십은 2003년 초대 대회를 시작해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다. 장소는 부산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홍콩(11일) 중국(15일) 일본(18일)과 맞대결을 펼친다. 총 23명의 대표팀 명단이 선정됐고, 5일 울산에서 소집한 뒤 첫 훈련을 소화했다. 김문환, 이정협(이상 부산 아이파크) 김영권(감바 오사카) 나상호(FC 도쿄)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등은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오는 9일 부산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은 E-1 챔피언십 역대 최강의 팀이다. 2003년 일본에서 열린 초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2008년 중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5년 중국 대회와 2017년 일본 대회에서 사상 첫 2연패를 일궈냈다. 역대 4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이 2회, 일본이 1회 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2019년 최초의 3연패 도전에 나선다.
그런데 아쉬운 점도 있다. E-1 챔피언십 최강의 팀이지만 홈에서 약했다. 한국은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뿐 아니라 단 1승 조차 해내지 못했다. 원정에서는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지만 홈에서의 성적은 가장 저조했다.
한국에서 E-1 챔피언십은 두 번 열렸다. 2005년 첫 번째 개최를 했고, 한국은 꼴찌에 머물렀다. 중국과 1-1 무승부를 거둔 뒤 북한과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마지막 일본전에서 0-1로 패배, 2무1패, 승점 2점으로 4위로 추락했다. 우승은 중국이 차지했다. 2013년 두 번째 홈 대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호주와 0-0, 중국과 0-0 무승부를 거둔 뒤 일본에 1-2로 졌다. 2무1패, 승점 2점으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 대회 정상에 선 팀은 일본이었다.
사실 홈에서 약한 건 한국 뿐이 아니다. E-1 챔피언십에서 개최국이 우승한 전례는 단 한 번도 없다. 2003년 일본 대회(우승 한국) 2005년 한국 대회(우승 중국) 2008 중국 대회(우승 한국) 2010년 일본 대회(우승 중국) 2013년 한국 대회(우승 일본) 2015년 중국 대회(우승 한국) 2017년 일본 대회(우승 한국) 등 E-1 챔피언십에서 홈 이점은 활용되지 못했다.
이번은 다르다. 2019년 벤투호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한다. E-1 챔피언십 최초의 3연패. 즉 개최국 최초의 우승이다. 이를 위해서는 홈에서 1승도 하지 못했던 과거를 떨쳐내야 한다. 이번 대회가 특히 기대되는 이유가 있다. K리그의 뜨거움과 K리그의 흐름이 E-1 챔피언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9시즌 K리그는 '역대급 시즌'이라고 평가받는다.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치열한 우승 경쟁을 포함해 FC 서울과 대구 FC의 3위 전쟁,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남 FC의 잔류 싸움까지 K리그 팬들을 흥분시켰다. K리그2(2부리그)에서도 광주 FC의 질주를 중심으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수준높은 경기력과 스타들의 향연 그리고 K리그 경쟁력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까지, K리그는 한국 축구 팬들에게 제대로 인정을 받은 한 해였다.
이런 K리그는 흥행 폭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최초로 K리그1, 2 합계 총 관중 230만명을 돌파했다. K리그1은 경기당 평균관중 8000명을 넘어섰고, K리그2는 사상 최초 총관중 50만 명을 유치하는 등 각종 흥행 신기록을 쏟아냈다.
이런 뜨거움을 일으킨 주역들이 E-1 챔피언십에 나선다.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인하는 A매치가 아니라 유럽파 차출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K리그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23명의 엔트리 중 무려 17명이 K리거다. 사실상 K리거로 치르는 대회라 할 수 있다. K리그의 열기를 태극마크로 이어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도움왕을 차지한 문선민을 필두로 손준호·김승대·한승규·권경원·김진수까지 우승팀 전북의 주역들 6명이 대표팀에 포함됐다. 전북을 마지막까지 괴롭힌 준우승팀 울산에서는 MVP를 거머쥔 김보경을 필두로 김인성· 김태환·박주호·김승규까지 5명이 이름을 올렸다. 흥행 1위 팀 서울의 미드필더 주세종과 '대팍'의 주인공 대구의 골키퍼 조현우까지 출격 준비를 마쳤다. 1부리그 승격을 노리는 부산의 김문환과 이정협도 힘을 보태고, 이영재(강원 FC) 윤일록(제주 유나이티드) 등도 K리그의 힘을 보여줄 태세다.
사실상 K리거 대표팀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서는 E-1 챔피언십. K리그의 자긍심이 달렸다. K리그 열기의 연속성도 달려있다. 3연패를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K리그는 다시 한 번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 앞에 섰다. K리거들이 K리그의 홈에서 당당히 정상에 서는 상상은 곧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