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프로야구 출범 39번째 시즌을 맞는다. 각 구단 사장(대표이사)도 보다 전문화, 장기 계약직 체제로 가야 한다.
대부분의 구단(그룹)은 팀 성적이 안 좋았을 경우 문책성 혹은 팀 분위기 전환을 이유로 감독을 교체한다. 능사는 아니다. 구단 프런트에서 팀 전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선수 보강 등의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감독과 코치에게 씌우는 것이다. 시대에 너무 맞지 않는다.
요즘 들어 선수 출신 단장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결정권은 사장이 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단 사장도 10년씩 하는 풍토가 이뤄졌으면 한다.
대부분의 구단 사장은 모그룹에서 퇴임을 앞두고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3년 정도 야구단을 이끌고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구 선수로 비유하면 사장이라도 신인이나 마찬가지이지 않나. 평소에 야구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 야구단 운영에 대한 이해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91년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를 시작으로 팀장-단장을 거쳐 2011년부터 2017년 6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은 김승영 전 두산 베어스 대표이사,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를 지낸 김응용 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야구단 사장은 어떻게 팀 전력을 강화하고, 어떻게 적자 폭을 감소시키느냐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리다. 한국 야구의 발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에 있다.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면 관중이 더욱 찾아오게 되고, 이를 통해 적자 폭을 줄여나갈 수 있다. 사실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모 그룹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 야구가 이런 의존도를 벗어나려면 자생해야 한다. 야구단 최고 의사결정권을 지닌 사장으로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감독, 선수 계약에 좀 더 노력하고 힘을 쏟을 수 있다. FA 계약에서도 '많이 줘라' '적게 줘라'가 아닌 우리 리그 형편과 선수 실력에 맞춰 이뤄져야 야구를 제대로 아는 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고 업무에 임해야만 한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려면 사장이 잘하면 10년씩 하고, 못하면 감독만 교체할 것이 아니라 본인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룹 계열사에서 옮겨오거나, 야구단에 오랜 몸담은 인물이든 구단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면 그런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프로 구단 사장이다.
반면 좋은 성과를 냈는데 정년이 만료되면 연장 계약을 맺어 구단에 더 오래 남을 수도 있고, 또 A 구단 사장에서 B 구단 사장으로 스카우트도 가능한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결국, 능력이 있다면 계속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차피 야구단이 내 커리어의 마지막 단계니까'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중반 수도권 A 구단의 어려운 시기에 팀 기반을 다져놓기 위해 열심히 땀 흘려 성과를 이뤘는데, 결국 물러나게 됐고 후임 사장이 달콤한 열매를 따 먹은 적 있다.
야구단 사장에게도 이런 책임감이 주어지지 않으면 한국 프로야구는 영원히 발전이 없다. 내년에 도쿄올림픽이 열리는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뭐 하나. 구단의 적자가 줄고, 리그 수준이 더욱 좋아지는 희망이 있어야지. 구단 프런트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장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욱 확대된 가운데 구단이 운영되고,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임기 연장)이 주어질 때 한국 야구도 건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