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과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콜마가 2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창업주 윤동한 전 회장이 퇴진한 뒤 4개월 만이다. 업계는 윤상현 신임 부회장이 내년 당면 과제인 CJ헬스케어의 상장 숙제를 완수하고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 10일 윤 총괄사장을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974년생인 윤 신임 부회장은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마치고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 등 M&A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한국콜마 합류 뒤에는 화장품과 제약 비즈니스 실무와 함께 2018년 CJ헬스케어 인수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CJ헬스케어는 올 3분기 22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2억원) 대비 8907.8%나 증가한 수치다.
이런 CJ헬스케어의 호실적을 지난해 인수 당시 직원들에게 지급한 200억원 상당의 위로금으로 인한 ‘기저효과’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CJ헬스케어가 없었다면 한국콜마의 전체 실적은 더 가라앉았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CJ헬스케어는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장될 경우 한국콜마의 사세도 더 커진다.
업계가 CJ헬스케어 인수를 주도했던 윤 신임 부회장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현재 한국콜마의 상황은 좋지 않다. 윤 신임 부회장의 부친인 윤 전 회장은 지난 8월 직원 조회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었다가 막말과 여성 비하 논란을 빚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후 한국콜마는 일본인 사외인사를 두고 있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면서 불매운동에 휘말렸다. 한국콜마와 협업했던 국내 중소브랜드 중에서는 홈쇼핑 방송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속을 끓였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그동안 제조업계의 절대 강자인 한국콜마의 명성과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불매운동으로 한국콜마 프리미엄의 힘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
중화권에서 뜨거웠던 한국 화장품 프리미엄도 갈수록 식고 있다. 중국 내 로컬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과 현지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위탁생산(OEM) 기업의 성장도 한국콜마를 가로막는다.
윤 신임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내년 CJ헬스케어의 상장과 화장품 제조 및 의약 바이오 업계에 방점을 찍고 공격적 경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윤 신임 부회장의 내부 평가가 나쁘지 않다. 2세 경영인으로 전면에 나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고 말했다.
한국콜마 측은 "이번 인사는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에 무게를 둔 승진 인사”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