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음을 무기로 때론 난폭하지만 눈에 보이는 허세가 결국 귀엽고, 세상을 다 아는 양 거친 사회에 스스로를 툭 떨궈놓지만 어린 양이라는 것을 깨닫고 한번쯤은 울부짖는, 이 시대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을 2019년판 청춘의 군상을 적절하게 그려낸 새 청춘의 아이콘 박정민(32)과 정해인(31)이다.
박정민과 정해인은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시동(최정열 감독)'에서 각각 어설픈 반항아 택일과,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로 분해 꿀밤 한 대만 딱 쥐어박고 싶은 10대 반항아의 정석을 연기했다. 실제 30대의 나이로 '18세' 반항아를 연기한다는 것에 일각에서는 '무리수 아니냐'는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공개된 영화에서 두 배우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타고난 분위기와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완성시켰다. 능청스러우면서도 차진 캐릭터 소화력을 담보로 개봉 후 관객들의 호평은 따놓은 당상으로 보인다.
영화 ‘시동’ 스틸 / 사진=NEW영화 ‘시동’ 스틸 / 사진=NEW머리부터 발 끝까지 '나 양아치요'를 자랑하는 박정민은 차근차근 쌓은 내공으로 생활연기의 진수를 선보이며 또래 배우들 중 몇 단계는 더 깊이있는 연기파 배우 이미지를 또 한번 인증시키고 입증시킨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만 해도 '사바하' '타짜: 원 아이드 잭'을 통해 '그들이 사는 (밑바닥) 세계'를 그려냈던 박정민이다. "얻어 맞지 않은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며 껄껄 웃을 정도로 박정민은 유독 짠내나는 캐릭터의 옷을 많이 입었던 바, '시동'의 택일을 통해 연령층까지 낮아진, 반항아의 시발점으로 돌아가 어쩌면 비호감일 수 있는 '날 것' 그대로를 뽐낸다.
'단발머리 마동석'의 임팩트를 뛰어 넘긴 힘들지만 '시동'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만나고 궁극적인 스토리를 이끄는건 결국 택일이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기질 탓에 여기저기 매를 벌고 다니기 일쑤인 인물. 무작정 집을 나간 가출 청소년으로 거석이 형(마동석)과는 상극 케미를, 둘도 없는 절친 상필과는 티격태격 찐친 케미를,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그래서 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엄마(염정아)와는 단짠 케미를 뽐낸다. 흔들리지 않는 택일의 중심을 잘 잡아둔 박정민 덕택에 누구와 붙어도 어울리는 투샷이 탄생했다.
영화 ‘시동’ 스틸 / 사진=NEW영화 ‘시동’ 스틸 / 사진=NEW박정민이 이미 반항아에 최적화 된 배우였다면, 정해인은 그 자체만으로 '도전'의 성격이 강하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을 비롯해 올 여름 개봉했던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정해인-멜로=0'의 공식이 익숙할 정도로 멜로전문배우로 성장한 정해인이다. 하지만 정해인은 '시동'을 통해 배우 정해인에게 멜로의 색채를 빼도 정해인의 매력은 고스란히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아무리 땅바닥에서 여러 번 구른 듯한 점퍼를 챙겨 입고, 욕을 내뱉고, 인상을 찌푸려도 반질반질 곱상한 얼굴은 어디 가지 않지만 마냥 달콤하게만 느껴졌던 설탕을 조금 거둬내니 새로운 정해인의 얼굴이 보인다.
'시동' 최정열 감독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정민 배우는 반항아 역할을 처음한건 아니다. 그리고 그간 피아노·포커 등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어마어마한 것들을 해냈다. 그 에너지가 스크린을 찍고 나올 정도로 늘 대단하게 느껴졌다"며 "이번에는 무언가를 배우지는 않는 대신 배우 박정민이 갖고 있는 사랑스러움을 플러스 해보고 싶었다. 역시 귀엽더라. 현장을 너무 즐겨주고 좋아해주는게 느껴져서 고마웠다"고 진심을 표했다.
또 정해인에 대해서는 "정해인 배우가 연기한 상필은 나쁜 길로 서서히 빠져 들지만 '그러지 않아야 해'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 줘야만 하는 캐릭터였다. 불안감이 살아 있어야 하는 인물이었는데, 말끔하고 달콤한 얼굴을 가진 해인 배우의 이미지를 통해 불안감은 증폭되면서 다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 특히 해인 배우가 아이디어를 내면 윤경호 선배님이 덮고 내가 마무리하는 그 과정이 좋았다. 만족도도 높다"고 강조했다.
영화 ‘시동’ 스틸 / 사진=NEW충무로 관계자들은 "박정민과 정해인은 '시동'에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것을 제대로 알리게 될 것 같다. 청춘을 대표하는 새 얼굴로 급부상했고, 초반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신은 과거 '태양은 없다'의 정우성·이정재가 떠오르기도 했다"며 "박정민은 이미 다양한 장르를 섭렵 중이고, 정해인은 멜로를 최강점으로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주연이 가능한 배우들로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주목도는 꾸준히 높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정민은 깔아놓은 판에서 신나게 뛰어 놀며 잘 할 수 있는 것을 최고치로 잘해냈고, 정해인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선택만으로 의아함과 칭찬을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다"며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시기 다소 비중이 적은 역할임에도 해보지 않았던 장르, 캐릭터라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결심해 꽤 놀라워 했던 것으로 안다. 배우 정해인으로서 긍정적 욕심과 향후 나아갈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애정했다.
박정민과 정해인은 공교롭게도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나란히 인간 박정민과 정해인에 대해서도 살짝 엿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리얼 예능을 통해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 작품을 벗어난, 박정민과 정해인 자체 매력도 과시한 것. 박정민과 정해인은 인터뷰에서 "특별히 무언가를 했다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너무 있는 그대로 담아 오히려 '이래도 되나' 싶었을 정도다"며 걱정하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가 통했다. 이들이 보여준 일상은 '독이 아닌 신의 한수' 평가를 받아냈다. 익히 알려진 이름에 얼굴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박정민과 정해인이다. 익숙함에서 신선함을 찾아낸 두 배우가 응원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