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과 회동 후 부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 수서역에 모습을 보였다. 이때 빨간 야구모자와 함께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의 빨간색 '파이어비 AR 파카'를 입고 나타났다. 이후 이 부회장의 옷차림은 종일 네티즌의 입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이튿날인 19일 오전 아크테릭스를 취급하는 매장엔 이 부회장이 입은 파이어비 AR 파카를 사러 온 소비자로 북적였다. 앞서 2014년 이 부회장이 착용한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도 화제가 되며 판매가 크게 늘었다.
아크테릭스를 수입하는 정호진 넬슨스포츠 대표는 "해당 제품은 남극이나 고산 등반을 할 때 입는 익스트림용 모델"이라며 "영하 30도 안팎의 기온에도 견딜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다운재킷"이라고 말했다.
다운재킷의 보온성은 다운(오리·거위의 털)의 재질이나 무게뿐 아니라 다운을 담는 방식과 봉제 라인도 큰 영향을 끼친다. 정 대표는 "파이어비 AR 파카는 독립된 수십 개의 다운 포켓이 주름 구조로 돼 있어 열 손실을 줄인다"고 덧붙였다.
극지용으로 만든 고기능 제품이라 가격도 비싸다. 소비자가는 145만원으로 이번 시즌엔 1000여장이 한국에 들어왔다. 정 대표는 "이번 주말까지 거의 다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크테릭스는 마무트·파타고니아·하그로프스 등과 함께 '하이엔드' 아웃도어로 분류된다. 1989년 캐나다 산악인 데이브 레인과 제레미 가드가 창업했다. 처음엔 암벽등반용 하네스(안전벨트)로 시작해 배낭을 거쳐 의류로 영역을 넓혔다. 지금은 거의 모든 아웃도어가 채택한 '방수 지퍼'도 아크테릭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창업자를 비롯해 디자이너 등 전 직원이 아웃도어 전문가로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철저히 지키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가 부진에 빠진 가운데서도 아크테릭스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넬슨스포츠의 지난해 매출은 약 500억원으로 수입(라이선스 제외)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