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남산의 부장들'의 배우 이병헌이 또 한번 그다운 연기력을 펼쳐보였다. "촬영장에서 가장 몸부림 치며 연기했다"며 여전한 연기 열정을 내보였다.
'남산의 부장들' 개봉을 앞둔 이병헌은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를 찍고 나면 객관성을 잃기 때문에 '이 영화가 어떻다'라고 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영화에 완성도가 있을 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고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한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1979년 10월 26일 오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18년간 지속된 독재 정권의 종말을 알린 이 사건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40일 전, 총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 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며 스크린에 담아낸다. 이병헌 이병헌은 극 중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았다. 김규평은 헌법보다 위에 있는 권력의 2인자로서 언제나 박통의 곁을 지키다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맞게 된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악마의 재능, '사기캐'라고 불리는 이병헌. 그럼에도 "제일 몸부림 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이어 "터질 때 터지지만 답답하리만치 계속 누르고 자제하는 것들이 있다. 그걸 표현하는 게 배우들에겐 큰 어려움일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실제 근현대사 사건, 실존 인물에 더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그대로 최선을 다해서 그 안에서만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이에 대해 "여전히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더 많고, 그렇기 때문에 자칫 우리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역사적으로 미스터리한 부분들을 규정지으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촬영보다 조심스러웠다"고 밝혔다. 이병헌 김규평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이해하며 연기했냐는 질문에는 "시나리오에서 그려진대로, 그 안에서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정말 왜 그랬는지는 영화가 끝나도 계속 이야기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규정짓지 않았다. 나 자신도 사적인 감정들, 복잡한 마음의 상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병헌은 김규평의 사소한 습관까지 계산해서 캐릭터를 설정했다. 화가 나거나 긴장할 때마다 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병헌은 "법정 영상이 남아있는데, 이미 자란 긴 머리를 계속 넘기는 모습을 봤다. 머리 한 올이 내려와도 견디지 못하는 예민함과 신경질적인 느낌이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참고했다. 그런 장치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절제하는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대사를 몇 마디 안 하고, 절제해야할 때는 훨씬 더 디테일과 대사 속 감정이 더 전달돼야 한다"면서 "힘들긴 한데, 한편으론 그런 지점이 이 영화 속 이 인물의 미덕이 아닌가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게 아니라 결국 터뜨리는 부분이 있다. 그 역할이 그래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병헌 그를 향해 곽도원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배우"라고 극찬했다. "농담으로 들렸다. 아무튼 근데 너무 고마웠다. 저는 낯뜨거워졌지만 좋은 칭찬이어서 감사했다. 칭찬에 후한 배우구나"라며 웃었다.
관객들의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냐는 이야기에는 "기분 좋은 칭찬이기도 하고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배우의 이름을 보고 극장에 간다는 건, 그런 배우로서 있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하고 축복 받은 일이다. 이런 배우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이병헌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