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첫날인 24일 오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에 등록된 일부 카드에 결제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당일 오전 10시 40분께부터 2시간 동안 일부 카드에서 결제를 시도했을 때 ‘준비 중’ 화면에서 결제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용자들은 편의점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거나 연휴 첫날 가족들과 외식에 나섰다가 당황해야 했다.
이는 굳이 현금이나 카드가 든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발생한 상황이다.
요즘 카드나 화폐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교통수단 이용이나 간편 송금 등 웬만한 금융 활동이 가능하다.
나아가 신체로 물건값을 지불할 수 있는 생체인증 결제, 물건을 들고 나가면 알아서 계산되는 자동결제 등 결제 방식이 점점 더 고도화되면서 간편하고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이용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에서 ‘카드 없는’ 사회로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급수단으로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이 2014년 37.7%에서 2016년 26%로 급감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현금결제 비중은 19.8%다.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8년 경제 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소비자의 현금 사용 감소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가 지갑이나 주머니에 보유 중인 현금의 규모는 7만8000원으로, 지난 2015년 11만6000원에 비해 33%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카드 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 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페이’부터 ‘네이버페이’ ‘L페이’ ‘SSG페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에서 각종 간편결제 플랫폼을 내놓으며 시작된 현상이다.
간편결제란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는 온라인 결제방식으로, 결제 금액이 제한돼 있지만, 온라인 카드 단말기 격인 PG사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과정이 단순한 것이 특징이다.
간편결제 사업자는 주로 전자상거래 업체나 정보통신(IT) 업체, 핀테크 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쿠팡의 쿠페이,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의 스마일페이, 11번가의 SK페이, NHN의 페이코 등이 대표적이다.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는 대단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 가입자는 약 1억7000만명이며, 이용 건수만 23억8000만건에 달한다. 결제금액은 80조1453억원으로 2016년(26조8808억원)보다 약 3배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하나둘 간편결제를 선택하는 데에는 가장 먼저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간편결제는 선불충전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계좌이체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은 고객이 충전한 금액으로 물건을 살 때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주고 있어 이 또한 소비자들이 간편결제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신용카드사나 PG사에 주던 수수료(건당 3%가량)를 아껴 고객에게 혜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간편결제를 이용해 얻는 적립 포인트는 다른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쿠팡에서 적립된 포인트는 G마켓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한 번 모아놓은 포인트를 소비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는 특정 간편결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에 최근 신용카드사들도 간편결제 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 16일 카카오페이 앱과의 연동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카드 앱 ‘앱카드’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선택하면 바로 카카오페이 앱으로 넘어간다. 카카오페이에 결제수단으로 삼성카드를 등록하기 위해 카드 사진을 찍거나 비밀번호 등을 입력할 필요도 없고, 등록 시 바로 앱카드로 연동하면 인증이 가능하다.
2016년 9월부터 삼성페이와 연동을 시작한 삼성·신한·KB국민카드가 그 시작이었다. 이후 삼성카드는 차례로 페이코·SSG페이·카카오페이와 손잡으며 활발한 ‘앱투앱’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L페이·네이버페이·스마일페이·페이코와, 현대카드는 카카오페이와 앱투앱 연동을 시작했다.
게다가 올해 간편결제 시장은 2막이 열릴 전망이다. 이르면 상반기 중 간편결제에서도 신용카드처럼 ‘후불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다. 결제 한도도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500만원으로 상향돼 고가 전자제품이나 항공권 구매도 가능해진다.
‘두둑한 지갑’ 없어도…새로운 결제 방식 쏟아진다
최근 금융사는 물론 유통사,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함께 손 잡고 새로운 결제 시스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편의점이다.
BC카드는 지난 14일 GS25 을지스마트점에서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편의점’ 시범영업을 시작했다. 들어갈 때 QR코드 스캔만 하고 물건을 들고나오면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무인 편의점’이다.
원리는 34대의 딥러닝 인공지능(AI) 카메라와 300여 개의 무게 감지 센서가 고객이 무엇을 고르는지 감지해 BC카드 간편결제 앱 ‘페이북’을 실행, QR코드만 스캔하면 매장을 빠져나가는 동시에 자동 결제가 되는 것이다.
롯데카드와 신한카드는 생체 인증을 앞세웠다. 롯데카드는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손바닥 정맥인증 결제서비스인 ‘핸드페이’를 선보이고 있다. 정맥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면 언제든지 손바닥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 스키장처럼 카드를 따로 들고 다니기 번거로운 특수장소를 중심으로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신한카드는 안면인식으로 결제하는 ‘신한 페이스페이’를 사내 식당과 카페 등에 적용했다. 카드나 휴대전화 없이 얼굴만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디바이스리스 결제’다.
LG CNS와 기술협력으로 개발된 페이스페이는 3D·적외선 카메라로 추출한 디지털 얼굴 정보와 신한카드의 결제정보를 매칭한 후 가상 카드 정보인 토큰으로 결제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구동한다.
신한카드는 오는 2월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구내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페이스페이를 시범 운영한 뒤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생체인증 결제 서비스 도입은 세계적으로 시도에 나서고 있는 방식이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손바닥으로 신용 결제가 가능한 ‘핸드페이’ 단말기를 개발해서 시험 운용 중이라고 전했다. 지갑이나 휴대폰을 꺼낼 필요 없이 손바닥만으로 신용 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이 개발 중인 단말기는 최초로 결제할 때 신용카드 정보와 손바닥 이미지를 저장하면 손바닥 스캔만으로 물건값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아마존은 이미 비자(VISA)와 협력해 핸드페이 결제를 시험 중이며 마스터카드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