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극 '스토브리그'가 비시즌 야구 운영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오피스물로 금토극 강자에 등극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 전개, 리얼한 상황들이 주는 몰입감, 딱 맞아떨어진 캐스팅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평이다. 그 중심엔 이신화 작가가 있다. 입봉작에서 대박을 터뜨린 그는 신인작가로서 참신함과 디테일한 조사, 쫀쫀한 전개를 승부수로 띄워 지금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신화 작가의 이력은 좀 특이하다.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를 졸업한 후 대본 쓰는 일을 시작했다. 군 전역 후 다큐멘터리 보조작가로 일했다. EBS '지식채널e' 팀에 합류했다. 드라마 작가로 변신을 꾀했다. 드라마 '브레인'·'넝쿨째 굴러온 당신' 보조작가를 거쳐 지금의 대본으로 2016년 하반기 MBC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2019년 12월 꿈에 그리던 입봉작 '스토브리그'가 전파를 탔다. 첫 방송은 5.5%의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11회까지 방영된 지금 자체 최고 1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찍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형성했다. 이 드라마의 특징은 야구를 몰라도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야구 룰 자체가 중요한 드라마가 아니다. 야구선수보다는 야구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 오피스물에 가깝다.
더구나 이러한 소재를 사용한 드라마는 지금까지 없었다. 흔히 결과론적으로 스포츠 뉴스를 통해 접했던 내용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어난 비하인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 보니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자문위원 18명의 의견을 받아 세심하게 작업해 현실적인 야구 운영팀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신선한 소재에 디테일한 조사를 밑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든 것. '스토브리그'를 통해 이신화 작가를 지지하는 갤러리까지 생겼다.
신인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파급력이 요즘 대단하다. 안방극장은 '신인 작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월화극 '블랙독' 박주연 작가, JTBC 월화극 '검사내전' 서자연·이현 작가, 각각 31일과 2월 첫 방송을 앞둔 JTBC 새 금토극 '이태원 클라쓰' 광진 작가, SBS 새 금토극 '하이에나' 김루리 작가, 최근 종영된 SBS 월화극 'VIP' 차해원 작가 역시 신인이다. 스타 작가들의 만만치 않은 몸값에 부담을 느낀 제작사가 신인 작가들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이러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특정 작가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신인이라도 이야기가 신선하고 재밌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등용문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한 제작관계자는 "신인 작가에게 기회가 많아지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스타 작가의 원고료는 '억' 소리가 난다. 회당 원고료가 1억 원에 육박한다. 배우들의 출연료 및 스태프들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스타 작가 기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보다 신선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고, 참신한 발상의 신인 작가들이 많이 나옴에 따라 방송가에선 생존을 위한 활로를 찾은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