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를 비롯해 '기생충'의 주역들은 9일(한국시간) 제92회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Dolby Theatre)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직후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이날 최고상 격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기생충'. 한국영화사 101주년에 놀라운 역사를 쓴 봉 감독은 "정리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당황스럽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정리의 시간을 갖고 싶다. 기쁘다. 오랜만에 한국어를 구사한다. 당황스러우면서 기쁘다. 작품상을 받아서 많은 수의 '기생충' 배우와 스태프와 팀원들이 다 왔다. 마지막에 함께 다같이 무대에 올라가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다). 칸에서 시작한 긴 여정이 가장 행복한 형태로 마무리된다는 기쁜 마음을 잠시 느꼈다. 이 상황을 맘 속으로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고, 홍경표 촬영감독은 "정말 영광이다 이런 날이 올 졸은 몰랐다"는 소감을 짧게 남겼다.
이어 박명훈은 "칸에 참석을 했었는데 나서지 못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마지막에 함께할 수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기적 같은 하루다.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이선균 "정말 기쁘다. 우리가 엄청나게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 추억을 만들어준 감독님, 스태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게 방점이 아니고 한국영화의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혜진은 "정말 감사드린다. 마지막에 같이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울컥하지만 참고 있다. 돌아가서 진정해서 제 일 열심히 하겠다"고 이야기했고, 조여정은 "오늘이 생일인데,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최고의 선물이었다. 자꾸 호명이 되니 몰래카메라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밤을 함께 하고 있고, 돌아가서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할 생각을 하니 울컥한다"고 했다.
또 송강호는 "나는 내일 생일이다. 무대 위에선 못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관심을 거두지 않고 응원해준 많은 팬 여러분, TV 앞에서 성원을 보내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는 진심을 드러냈고, 곽신애 대표는 "작품상이 모든 배우, 스태프와 다 같이 받는 상이지 않나. 모든 분들에게 축하하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밝혔다.
1929년부터 시작된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최대의 영화 시상식이다. 트로피의 이름이기도한 일명 오스카라고도 불린다.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 8469명의 회원들이 투표, 선정해 시상한다.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이들만 회원이 될 수 있어, 영화인에 의한 영화상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봉준호 감독이 말했듯 미국의 로컬 시상식이긴 하나, 세계 영화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할리우드를 무대로 하기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상식이다.
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것은 '기생충'이 최초다. '기생충'은 최고상 격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아시아계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고, 이어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까지 품에 안았다. 국제영화상은 물론 비 영어 영화로서는 최초로 최우수작품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이날 아카데미의 주인공은 '기생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