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지훈이 KBS 2TV '99억의 여자' 이재훈을 통해 악역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전작 '신입사관 구해령' 민우원을 소화한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열연을 펼쳤다.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차기작도 일찌감치 정했다. 5월 첫 방송될 MBC 새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열일 행보를 걷고 있는 2020년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섹시한 쓰레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것은 내 의견이 아니다.(웃음) 댓글 반응이었다. 그런 댓글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 괜히 좀 더 힘이 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체중이 많이 빠진 것 같다.
"'구해령' 하기 전에 운동해서 몸을 많이 다듬었다. 77kg까지 만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68.4kg까지 빠졌다. 너무 덥고 힘들어서 살이 빠졌다. '99억의 여자' 하면서는 부잣집 사위고 부대표라 초반에 일부러 살을 좀 찌웠다. 그런데 5회 쯤 너무 쪄서 스타일리스트가 더 찌면 안 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후엔 하루 2끼만 먹었다."
-평상시 그럼 몇 끼를 먹나.
"원래 작품 안 할 때, 비수기엔 하루 6끼씩 먹는다. 배가 나오고 얼굴도 커져서 아마 못 알아볼 것이다.(웃음) 이상하게 작품을 한다고 하면 신경이 쓰여서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한다. 점점 잠이 줄어든다.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 6시간 정도 잔다고 하면 촬영 앞두고는 3시간 이상 못 잔다. 작품 중간 쉬는 날에도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다. 계속 불안하다. 그런데 작품 끝나고 건강검진을 하면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
-그럼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나.
"치킨, 피자 세트로 오는 걸 혼자 다 먹고 10분, 20분 지나면 라면 먹고 자야겠다고 한다. 소고기 먹으면 혼자 4인분은 기본이다. 배가 빨리 꺼진다. 먹고 한 30분 지나면 군것질을 해야 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겠다.
"23살 때부터 배우를 준비하면서 '나는 언젠가 뭐가 될 것 같긴 해' 이런 자신감은 있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많지 않았다. 항상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 작품을 하려고 계속 찾는 것이다. 새로운 걸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롤모델이 있나.
"23살 때 신하균 선배님을 알게 됐다. 이병헌 선배님도 군대에서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처음 봤다.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조승우 선배님의 뮤지컬을 보고 난 다음엔 눈이 돌아갔다. '정말 저 사람 뭐지?' 싶었다. 그때는 그랬는데 계속 시간을 보내다 보니 롤모델이 점점 없어지더라. 나는 나대로, 내 인생을 살고, 내 갈길을 가야겠다, 누구처럼 되겠다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웃음)"
-그러고 보니 체대생 출신이다.
"영화 '선생 김봉두'를 보고 체육 선생님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체대에 갔는데 이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 민영기 선배님의 '충무공 이순신'이라는 뮤지컬을 봤다. 그걸 보고 반했다. 연기라는 걸 하면 되게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단순하게 시작했다. 전역하고 준비했는데 너무 힘들더라.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었다. 떡볶이 사먹는 것도 부담이 되니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중에 돈 한푼 없는 사람이 되면 어떻게 하지?' 그런 고민을 하면서 살아왔다."
-지금 위치에 만족하나.
"스타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어느 순간 그런 욕심이 내게 들어와 있더라. 하지만 욕심대로 일이 되는 게 아니니까 그 점이 날 힘들게 하더라.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그러면서 안 읽던 책을 읽었다. 연기하는 것만 좋아하는, 그것만 생각하면서 걸어가는 배우가 되자고 결심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구체적인 목표가 오히려 날 더 힘들게 하더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한다."
-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
"영화에서 진짜 나쁜 놈을 해보고 싶다. 정말 욕이 나오는 그런 나쁜 놈을 하고 싶다. 드라마에서는 지금까지 안 해봤던 역할, 직업을 해보고 싶다. 멜로, 의학드라마, 전문직 혹은 장르물속 형사 역할 등을 안 해봤더라. 안 해본 게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16개 작품을 했는데 16개 하면서 안 해본 게 많아 앞으로 할 게 많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평소 시간이 나면 뭐하나.
"스크린 골프를 배웠다. 이젠 잘 친다. 스크린 골프를 가거나 연습장에 가서 공을 친다. 본가에서 독립을 했다. 에어프라이어 샀는데 여기에 어떻게 맛있는 걸 해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요즘 인테리어 욕심도 많다."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겠다.
"결혼을 언제 해야겠다는 건 아닌데 결혼 전에 사랑을 우선해야 할 것 같다. 기회가 되고 나와 개그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서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떡볶이 사 먹을 돈이 없었을 때부터 결혼하고 싶다는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돈도 없으면서 웃기지 않나.(웃음)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편하고, 대화만 해도 즐거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그런 꿈을 어릴 때부터 계속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일하면서 조금 더 마음이 평온해졌을 때 결혼을 해야 할 것 같다."
-아이를 엄청 예뻐하더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서 잼잼이를 만났다. 가정을 꾸리고 사는 문희준 선배님이 너무 부러웠다. 주변에서 결혼하기 전과 후, 아이를 낳은 전과 후 정말 달라진다고 하는데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 아이가 어릴 때 예쁘지 않나. 극 중 딸로 나오는 친구가 애교가 많았다. 아이랑 촬영하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힐링되는 것 같다."
-30대의 삶 만족감은 어떤가.
"자기 전에 하루 한 번 거울 앞에서 날 본다. 20대 중반 막 데뷔했을 때는 내 얼굴이 어려 보였다. 근데 이제 살짝 눈가에 주름도 생기고 목주름도 생기고 하니 좋더라. 나도 이렇게 하루하루 잘 살다 보면 예쁘게 백발도 되고 멋있게 늙겠거니 그러면서 30대의 삶을 살고 있다."
-새해 소망은.
"안 아프고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게 주어진 일이 생기면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잘하고 싶다. 무언가를 한 다음 '잘했다'는 얘길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