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한국 축구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대한축구협회(KFA)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KFA는 이미 2월 말로 예정됐던 FA컵 1, 2라운드와 세미프로 K3, K4리그 출범식 및 3월 경기 일정을 연기했다. 축구회관 출입 관리도 강화하고,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과 국가대표 훈련 시설인 파주NFC 전직원 포함 대체 휴무를 결정했다. 최소한의 인원만 출근하게 하고, NFC에도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준비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대표팀 일정이다.
3월은 여자축구대표팀의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있는 플레이오프 일정을 시작으로 남자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5차전 투르크메니스탄 홈 경기, 그리고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23세 이하(U-23) 남자축구대표팀의 평가전 등이 빼곡하게 몰려있는 달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는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여자축구대표팀의 플레이오프 경기부터 문제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큰 꿈을 품고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콜린 벨 감독 이하 선수단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정에 없던 장거리 이동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플레이오프 상대가 중국으로 결정되면서,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 원정 경기를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 치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아시아축구연맹(AFC)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제3국인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원정 경기가 중국에서 호주로 바뀌면서 비행시간이 늘어났고, 상대팀 중국이 1월부터 계속 호주에 머무르며 현지 적응을 마친 상태라 불리함도 커졌다.
6일 용인에서 열릴 예정인 1차전 홈 경기도 고민이다. 용인시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개최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시나닷컴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도 "한국이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원정 거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소집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고심 중인 상황에서 악재가 겹치면서 벨 감독도, KFA도 고민이 깊다.
남자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머리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벤투호는 3월 26일 천안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5차전 투르크메니스탄과 홈 경기를 치른 뒤 31일 6차전 스리랑카 원정을 떠난다.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홈 경기 개최에 대한 불안함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무관중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서 북한과 치른 3차전 평양 원정, 그리고 반정부 시위 중인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치른 4차전 원정 모두 무관중으로 치른 상황에서 3경기 연속 무관중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선수들의 분위기도 처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K리그 개막 연기라는 변수도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리그 개막을 잠정 연기하면서 벤투호의 선수 차출 계획도 고민을 안게 됐다. 구체적으로 언제 개막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만큼 선수 선발과 소집 훈련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남자축구대표팀도 평가전 문제로 고심 중이다. 당초 KFA는 다음 달 27일과 30일 일본을 상대할 예정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코트디부아르 U-23 대표팀의 동선에 맞춰 평가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선수단 안전 문제로 남아공이 일본 원정을 거부하면서 평가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만반의 준비를 통해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과를 내겠다 다짐했던 김학범호도 고민에 휩싸였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진정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대표팀 일정도 줄줄이 꼬일 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