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빈손이다. 무려 4개월 동안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옥중경영 의혹을 조사해온 KBO 특별 조사위원회가 내놓은 결과물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의심은 가지만 혐의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가 그들이 내린 최종 결론이다. 특별 조사위원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무책임하다.
KBO는 지난 11월 초 변호사, 회계사, 전직 경찰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다.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쳐보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됐다. 활동은 해를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리그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루머를 확인하고 털어낼 좋은 기회였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은 그가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2018년 11월 16일 이후 꾸준히 거론됐다. 리그에서 퇴출됐지만 지분율 67.56%를 가진 최대 주주. 여전히 구단 운영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다. 대표이사 시절 그를 보좌했던 직원들이 구단을 모두 떠난 상황이 아니어서 대리인을 통한 옥중경영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었다.
특별 조사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 '물증'을 확인하는 거였다. 그런데 조사 결과가 사실상 빈손에 가깝다. 핵심 당사자인 이장석 전 대표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현재 상주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면회가 월 6회 정도로 제한된다. KBO 관계자는 "면담 시간도 정해져 있는데 (다른 사람이 미리 면회를 예약해) 다 차 있으면 조사를 하기 어렵다. 그쪽에서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10분 정도 되는 접견 시간 동안 뭘 받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조사위원회가 주목한 부분은 녹취파일이다. 방송에 공개된 녹취에는 구단 고위 관계자가 이장석 전 대표를 접견해 의사를 듣는 듯 한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일었다. 옥중경영 의혹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일종의 스모킹 건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직접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녹취에 있는 단락이 끊어져 있고 전체의 긴 흐름에서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잘 안 된다. 그런 부분에서 100% 증거로 채택하기엔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특별 조사위원회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구단 직원 조사에 국한됐다. 이 과정에서 '조사위원이 불필요한 내용까지 질문한다'는 구단 내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조사 강제성이 없는 위원회의 역할은 시작부터 한계가 뚜렷했다. 묻고 듣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관계자가 부인하면 확인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 혐의가 있는 관계자가 자칫 리그 내 퇴출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을 스스로 인정할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특별 조사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KBO 상벌위원회는 구단에 제재금 2000만원 징계를 내렸다. 관심이 쏠린 개별 직원에 대한 '강력한' 철퇴는 없었다.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며 하송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4명에 대해선 경고 조치했다. 녹취를 직접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녹취에 이름이 나온다며 고형욱 상무, 박종덕 관리이사를 징계 대상에 포함시켰다. KBO는 '이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구단 경영에 부당하게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었으나 구단 제출 자료의 임의성 및 당사자(이장석 전 대표)의 면담 불가 등에 따른 한계가 있어 구체적인 위반 사실의 일시, 장소 등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특별 조사위원회와 상벌위원회 결과가 나온 뒤 옥중경영 의혹은 모두 해소됐을까. KBO 스스로가 '강한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고 할 정도로 여전히 의혹은 짙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정운찬 총재가 주장하는 클린 베이스볼에 부합하는 결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