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이 '걸캅스(정다원 감독)'에 이어 '정직한 후보(장유정 감독)'까지 스크린 연타석 홈런을 치며 독보적 '코믹 여제' 반열에 올랐다. 스스로 이끄는 전성시대다.
라미란이 원톱 주연으로 활약한 '정직한 후보'는 지난달 12일 개봉 후 4주 연속 박스오피스 톱5를 유지하며 손익분기점 15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흥행 레이스에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정직한 후보'는 건강한 웃음을 담보로 꾸준히 관객 몰이에 앞장섰고 2월 개봉작 중 최고 성적에 이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히트맨'에 이어 두번째 손익분기점 돌파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코미디 영화 흥행 계보를 다시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감 높이는 스토리와 라미란·김무열·나문희·윤경호·장동주 등 배우들의 빛나는 열연이 관객들의 입소문을 불러 일으켰지만 코로나19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상황. 누구보다 제작진과 감독, 배우들의 아쉬움이 컸다. 이미 펼쳐진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무대인사까지 마쳤던 '정직한 후보' 팀은 버티고 버텨내 얻게 될 손익분기점 돌파로 그나마 속을 달래게 됐다.
'정직한 후보'의 중심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라미란이 있다. 극중 라미란은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 역할을 맡아 원맨쇼 활약을 펼쳤다. 관객들이 배우 라미란에게 기대하는 코믹한 모습은 물론, 예민하고 까칠하면서도 진중한 감정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갖고 놀며 주상숙과 라미란을 동시에 응원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코믹 대가', '코믹 여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라미란은 조·단역부터 주연까지 오랜시간 차근차근 쌓은 내공으로 인정받은 대표 배우다. 2005년 '친절한 금자씨(박찬욱 감독)'로 정식 데뷔, 지난해 개봉한 '걸캅스'를 통해 첫 주연을 맡으며 라미란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영화 48편, 제 나이 마흔다섯, 영화 시작한 지 20년 좀 넘었는데 '첫 주연'을 맡게 된 라미란입니다"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자기소개다.
2월 스크린에서 '정직한 후보'와 맞대결을 펼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의 전도연은 인터뷰에서 코미디 장르에 대한 관심을 표하며 눈에 띄는 배우와 캐릭터로 1초의 고민도 없이 '라미란'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도연은 "전도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라미란 역시 라미란 하면 보고싶고 바라게 되는 기대치가 있다. 그녀의 웃음코드가 정말 너무 너무 좋다"고 고백했다.
라미란의 행보는 과거 유해진과도 꼭 닮았다. 유해진 역시 오랜시간 수 많은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해내며 존재감을 알렸고, 떼주물 속에서도 독보적으로 빛나는 역량을 펼쳐 '럭키'라는 대표작과 함께 코미디 장르의 대표 주자로 안착했다. 더 나아가 현재는 블록버스터 주연으로 자타공인 흥행보증수표가 됐다. 모든 주어를 현재의 라미란으로 바꿔도 큰 이견이 없을 정도로 호감도마저 높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열일 활동 중인 라미란은 지체없이 차기 행보도 선보일 전망. 보이스피싱을 당한 40대 주부가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이스피싱 조직 두목을 잡은 실화를 그리는 '시민 덕희' 출연을 긍정 검토중이다. 또 한번의 타이틀롤이자 원톱 주연으로 라미란의 가치가 증명 될 기회이자 충무로 대표 여배우 계보를 완벽하게 이을 찬스다.
내가 몸 담은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 만큼 값진 일도 없다. 한 장르를 완벽히 섭렵하고 또 다른 길을 향해 도전을 서슴지 않는 라미란. 하지 않은 것이 있을 뿐 못 할 것 없어 보이는 라미란의 선택을 늘 기대하고 존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