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이 급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강행하고 있다. 주주들에게 서면·전자투표를 권장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우려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0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주총을 시작한다. 이어 25일 우리금융지주, 26일 신한금융지주·DGB금융·JB금융지주, 30일 농협금융지주의 정기 주총이 개최된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을 심각하게 여겨,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감사보고서 등의 제출 기한을 현행(3월 말) 보다 45일 더 연장해 주기로 했다. 정기 주총에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승인이 이뤄지는 만큼, 해당 서류 제출 기한을 연장해 상장사들이 주총 일정을 미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금융지주들은 예정대로 주총 일정을 밀어붙였다. 회장 연임과 사외이사 교체 등 주요 안건들이 산적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우리금융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중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회장 연임을 주총에서 확정해야 한다. 손 회장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신한금융도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주총에서 확정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채용비리 관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우려가 증폭되자, 금융지주들은 주총을 위한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주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고, 열화상 카메라나 디지털 온도계로 체온을 측정한 뒤 발열이 의심되면 총회장 출입을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첫 주자인 KB금융지주는 ‘서면투표’의 적극 활용에 나섰다. 우편으로 발송된 서면투표 자료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총회장에 직접 참석하는 주주들을 대상으로는 발열체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를 제안했다.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는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주주총회를 홈페이지에서 생중계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부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1000주 이상 보유한 개인주주들은 대리표결 의사 표시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총 참석 인원이 예년보다 많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불특정 다수가 한 장소에 모이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어서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