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톱 10에 방탄소년단(BTS)과 NCT 127 등 한국 가수 2팀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신 차트에서 방탄소년단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7)’이 8위를 기록해 3주 연속 톱 10을 유지하고 있는 데 이어 NCT 127이 정규 2집 ‘엔시티 #127 네오존’으로 5위에 진입한 것. 두 팀은 ‘아티스트 100’ 차트에서도 각각 2위(NCT 127)와 4위(BTS)를 차지하며 K팝의 위상을 떨쳤다.
K팝의 빌보드 공략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정규 1집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uv)’로 ‘빌보드 200’ 5위에 입성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몬스타엑스는 수록된 11곡을 모두 영어로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데뷔 앨범 ‘슈퍼엠’으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슈퍼엠(SuperM)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샤이니ㆍ엑소ㆍNCT127ㆍWay V 등이 힘을 합친 연합팀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탄소년단이 4연속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각기 다른 공략법을 모색한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NCT 127ㆍ몬스타엑스ㆍ슈퍼엠의 신곡은 싱글 차트인 ‘핫 100’ 입성에 실패했다. 방탄소년단의 ‘온(ON)’은 첫 주 4위로 진입해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2주차는 68위로 떨어졌고, 3주차는 10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 앨범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첫 주 8위를 시작으로 8주간 ‘핫 100’에 머무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왜 이번 신곡은 2주 만에 싱글 차트에서 사라지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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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신곡 홍보 1주일 중 나흘 날아가”
2012년 7주간 ‘핫 100’ 2위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래 K팝 가수들에게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라디오 점수다.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앨범 판매량은 물론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유튜브 조회 수 등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만, 미국 내 대중이 이용하는 전통 플랫폼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명)는 2017년 8월부터 ‘BTSx50States’ 캠페인을 시작했다. 50개 주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을 전수조사하고 각 프로그램 담당자와 DJ들에게 방탄소년단을 알리고, 신곡을 신청하는 등 자발적인 프로모션을 벌이는 것이다.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방탄소년단을 알게 되고,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순위도 올라갔다. 2017년 9월 ‘DNA’(85위) ‘핫 100’에 처음 진입한 이후 이듬해 5월 ‘페이크 러브’로 10위, 8월 ‘아이돌’로 11위를 기록했으니 괄목할 만한 성과다. ‘BTSx50States’의 PR 책임자인 티아라는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 “3년 전엔 방탄소년단을 아는 사람이 없어 이들을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어 보내야 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아는 팀이 됐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신곡 ‘온’의 경우 방송용 음원 전달이 늦어진 것을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봤다. 앨범은 지난달 21일 발매됐지만 25일에서야 전달되면서 빌보드에 집계되는 1주일 중 나흘이 날아갔다는 것이다. 티아라는 “몇몇 라디오 방송국으로부터 전달이 지연돼 방송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임팩트 데이트(impact date)’가 정해지지 않은 것도 차질을 빚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소속사 빅히트 측은 “프로모션 일정의 세부적인 사항은 공개할 수 없지만, 평상시 앨범 발매 및 전달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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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는 4331회, BTS는 91회 나와”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라디오 점수에서 0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티아라는 “이전 곡보다 방송이 덜 된 것은 사실이지만 0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2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 집계된 라디오 방송 횟수를 살펴보면 방탄소년단의 ‘온’은 4개 방송국에서 91회 방송된 것과 달리 레이디 가가의 ‘스투피드 러브(Stupid Love)’는 173개 방송국에서 4331회 방송됐다. 비슷한 시기 나온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디 아더 사이드(The Other Side)’ 219회나 라우브의 ‘모던 론리니스(Modern Loneliness)’ 97회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많은 숫자다.
미국 내 K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견제가 강해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티아라는 “전통적인 언어 장벽을 비롯해 최근 코로나 19 등 많은 부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특정할 순 없다”며 “분명한 것은 여전히 타 문화에 배타적인 방송국도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서서히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언젠가 완전히 극복하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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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견제, 코로나 등 다양한 요소 영향
‘온’ 역시 호주 가수 시아가 피처링한 버전이 더 자주 라디오에서 방송되고 있지만, 영어권 가수의 피처링이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페이크 러브’는 라디오 차트 ‘톱 40’에 들었지만 미국 래퍼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한 ‘아이돌’은 그렇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라디오 반응이 가장 좋았던 곡으로는 ‘마이크 드롭’과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꼽았다. 일본계 미국인 DJ 스티브 아오키가 참여한 ‘마이크 드롭’ 리믹스 버전은 2017년 11월 ‘핫 100’에 28위로 진입해 9주간 머물렀다. 그는 “인지도가 부족했던 ‘DNA’가 가장 프로모션이 힘들었다”고 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다음 달 시작하는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맵 오브 더 솔 투어’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4월 11~12, 18~19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었던 한국 콘서트는 취소됐고, 18일부터 팬클럽을 대상으로 예매 시작 예정이었던 유럽 투어는 예매 날짜가 다음 달 29일로 미뤄졌다. 공연 주관사 라이브네이션 측은 “상황에 따라 스케줄이 변동될 수 있다”고 알렸다. 4월 25~26일 북미 투어 첫 공연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운영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4월 5일까지 모든 콘서트 및 행사가 취소 및 연기된 상황이다. 다음 달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빌보드 뮤직 어워드도 17일 연기 소식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