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시작은 언론이다. 신문의 1면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1면의 첫 등장. 스타로 향하는 과정이 시작됐음을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다.
'Messi's first day at MARCA'
82년 된 스페인 유력지 '마르카'가 최근 게재한 기사다. 지난 20년 동안 지면에 실린 기사를 분석한 뒤,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마르카가 '처음으로' 소개한 날을 기념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51년의 역사를 가진 스포츠지 일간스포츠도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등장한 '메시의 사례'를 소개한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생애 첫 1면'을 장식한 축구 스타 이야기다.〈편집자 주〉
2019년 여름. 한국 축구는 너무나 뜨거웠다. 혹자는 2002년 같다며 흥분했다. 한국 축구, 아니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분위기라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금껏 한국 축구 역사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20세 소년들이 해냈다.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결승에 올랐다. 한국 남자 축구에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른 최초의 순간.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그들이 전한 환희와 감동은 한국 축구를 뒤흔들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이가 이강인(발렌시아)이었다.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귀여움을 널리 알린 이강인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명가 중 하나인 발렌시아에 입단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정주행했다. 발렌시아 1군에 입성했고, 라리가 데뷔전을 치렀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도 밟았다. 모든 것이 한국 선수 최연소 나이로 일궈낸 일이다.
U-20 월드컵에서 이강인은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U-20 대표팀 연령대보다 2세 어린 18세 막내였던 그는 2골4도움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결정적 장면은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FIFA 골든볼을 수상한 것. 그러자 한국 축구는 귀여운 이강인이 아닌 카리스마 이강인으로 뜨거워졌다. 한국 축구 역대급 재능 탄생에 열광했고, 기대감은 폭발했다.
뜨거웠던 2019년 6월 19일. 이강인은 자연스럽게 일간스포츠 1면을 장식했다. 이강인의 재능과 미래를 다룬 기사는 많았지만 1면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기사에서는 이강인의 '왼발'에 주목했다. 한국 축구 '왼발의 달인' 1세대로 통하는 하석주 아주대 감독의 평가가 주를 이뤘다. 놀라움과 찬사의 연속이었다. 하 감독은 "전진 패스를 그렇게 정확히 찔러줄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슈팅 타이밍, 임팩트, 자세도 안정적"이라며 "특히 세네갈전에서 조영욱에게 찔러 준 패스는 정말 고난도 패스다. 상대 뒷공간으로 정확하게 들어갔고, 조영욱이 슈팅할 수 있는 타이밍도 정확히 맞췄다.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왼발로 자신과 비교한다면. 하 감독은 "내가 볼 때 왼발로는 한국 최고다. 어떻게 나와 이강인을 비교하나. 이강인은 FIFA 골든볼을 받은 선수다. 세계가 인정한 선수다. 당연히 나보다 훨씬 낫다. 왼발로 따지면 나보다 세 수 위"라고 밝혔다.
한국 축구에 등장한 역대급 재능. 하 감독은 이런 재능을 더 키워주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강인을 A대표팀으로 불러 꾸준히 성장시켜야 한다. A대표팀에 녹아들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골든볼은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이런 선수가 더 성장할 수 있게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 시절 '천재'로 불렸던 이천수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의 평가도 실렸다. 이 실장 역시 "청소년 선수 딱지를 떼고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성인 선수로 변모했다.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이강인의 위상이 대회 전과 180도 달라졌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또 이 실장 역시 A대표팀에서 이강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과감하게 A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게 됐다. 200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이강인이 주전으로 뛰는 모습을 상상하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손흥민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U-20 월드컵 이후 이강인의 위상과 존재감은 달라졌다. 이강인은 U-20 월드컵이 열리기 전인 2019년 3월 볼리비아와 콜롬비아와 A매치 2연전을 앞둔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U-20 월드컵이 끝난 뒤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강인은 자연스럽게 A대표팀에 녹아들었다. 2019년 9월 5일 조지아와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10월 10일 스리랑카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에 출전해 환상적인 몸놀림을 보이며 8-0 대승에 일조했다. 11월 14일 레바논과 4차전에서도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제 A대표팀에서 이강인이 발탁되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기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