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갑자기 세상을 떠난 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31)씨가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구하라법' 제정을 위해 나섰다.
가족을 떠나 성인이 돼 먼저 찾기 전까지 연락 조차 하지 않았던 친모에게 여동생이 힘들게 일군 재산의 절반을 준다는데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고인이 남긴 재산은 직계 존속인 부모가 50%씩 나눠야하는 상황. 하지만 구호인 씨는 어릴 때 여동생과 자신을 버린 친모가 50%를 가져가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친부에게 상속 지분 50%를 양도해달라고 했고, 친모와의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또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거나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며 동생 이름을 딴 '구하라법'을 청원했다.
이와 관련 친모 측은 묵묵부답답이다. 친모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친모가 선임한 법률대리인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이하 구호인 씨와 구호인 씨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와의 인터뷰.
-소송 내용은 무엇인가. 노종언 변호사 "친모를 상대로 상속분할재판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친모는 구하라 씨가 9살 때 버리고 가출했다. 이후 고인의 장례식장에 다시 등장해 상속 재산 5대5, 즉 반을 요구했고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구하라 씨 가족은 어릴 때 자식을 버린 친모가 상속재산을 요구하는 건 인륜과 정의에 반한다고 해서 소송을 제기했다."
-대화로 해결할 순 없었나. 법적 다툼을 시작한 이유는. 구호인 씨 "동생 장례식 때 친모가 어떤 한 분이랑 같이 왔고 거기서 동영상 촬영 및 녹음을 했다. 상주복을 입겠다면서 소란을 피웠고 상주복 입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안된다고 얘기를 하는 와중에 휴대폰으로 동영상, 녹음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동영상 녹음을 혹시 하냐고 했더니 '하고 있다'고 해서 화가나서 쫓겨냈다. 발인하고 이틀 뒤 (동생 소유의) 부동산 잔금 처리 문제가 있었다. 그때 친모를 볼 줄 알았는데 변호사 두 분이 왔다. 친모 측 변호사가 부동산을 5대 5 처리를 하자고 했고, 남든 모든 재산도 5대5 주장을 할 것 같았다. 어릴 때 우리를 버리고 나서 지금까지 해준 게 없다. 동생이 힘든 환경 속에서 일궈온 것들이 결국 동생이라고 생각한다. 그 재산이 동생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일부분을 우리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사람한테 뺏기는 걸 원치 않는다. 힘든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한 동생을 지키고 싶다."
-장례식 전 친모를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인가. 연락을 아예 안 하고 지냈나. 구호인 씨 "2018년 3월 결혼했는데 결혼식 한 달 전 동생이 그래도 친모 얼굴을 한 번 보고 결혼하라고 해서 그때 한 번 봤다. 그 이후 동생 관련 안 좋은 뉴스가 났을 때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선 내가 보호자가 될 수 없다고 하더라. 아버지도 그때 당장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친모 측에 연락했다. 동생은 2017년 11월~12월쯤 친모에게 처음 연락한 것으로 안다. 동생이 우울증 때문에 몸이 좋이 않았다. 그때 의료진이 마음의 구멍을 채워보자며, (우울증을 앓게 된) 근본적인 원인인 친모를 찾아가보라고 제안했고, 의사의 권유로 동생이 먼저 친모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동생이 연락하기 전엔 연락이 닿았던 적이 없다. 발인이 (2019년 11월) 27일이었는데 부동산 관련 문제를 정리하는 날이 29일이었다. 그 전 날인 28일에 친모에게 7~8통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다. 그래서 부동산 중개인에게 친모 연락처를 주고 상황을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그 쪽(친모)에서 변호사 사무실 명함 한 장 던지면서 여기에 다 위임했다고 여기랑 연락하라고 했다더라."
-동생 이름을 딴 '구하라법'을 청원한 이유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안벌어진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세월호 때나 천안함 때도 법이 개정되지 않아서 억울한 사람이 있었다더라. 동생 이름이 구하라이지 않나.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게 구하라는 의미에서 동생 이름으로 청원하게 됐다. 동생 이름이 좋은 쪽으로 남길 원해서였다."
-법적 다툼과 청원을 통해 지키고 싶은 게 무엇인가. "힘든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한 동생을 지키고 싶다. 동생이 힘든 걸 보면서 같이 큰 입장이라서 누구 보다 동생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안다. 동생이 노력이 헛되지 않게 (동생이 남긴 걸) 좋은 곳에 쓰려고도 생각 중이다. 하지만 친모한테 가는 건 용납이 안된다. 친모가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면서 상속을 포기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일이 알려진 뒤 응원해주는 분들도 있지만 오빠가 혼자 돈을 독차지 하려고 한다는 댓글도 있더라. 앞으로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고자 청원도 준비한건데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이 법을 이번에 못 바꾼다면 다음에 또 어떤 사람이 용기내서 바꾸려고 나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게도 이번 일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 마음을 알고 많은 분들이 청원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