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샌즈(현 한신)를 떠나보낸 키움은 이번 겨울 새 외국인 타자로 테일러 모터(31)를 영입했다. 내외야 모두 가능한 모터는 계약 당시 핫 코너를 맡을 게 유력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이 모터 포지션에 대해 "당연히 1차는 3루다"고 할 정도였다. 마이너리그 통산(9년) 3루수 소화 이닝이 1356⅔이닝. 내야 포지션 중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오프시즌 3루수 장영석을 KIA로 트레이드한 구단 움직임을 고려했을 때 3루에 무혈 입성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대만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모터의 백업으로 분류됐던 김웅빈(24)이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김웅빈은 대만 프로팀과 연습경기에서 무려 타율 0.429(14타수 6안타)로 폭발했다. 2월 26일 중신 브라더스전에선 3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반면 모터는 타율이 0.167(18타수 3안타)에 그쳤다. 6경기를 소화하면서 단 한 번도 멀티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손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모터의 타격을 시험하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취소돼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사이 김웅빈이 모터와 격차를 더 좁혔다.
김웅빈은 키움의 미래로 불리는 내야 자원이다. 지난해 상무야구단에서 전역한 뒤 곧바로 1군에 등록됐다. 장정석 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3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2군에서 이미 타격 검증이 끝난 자원 중 하나다.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오프시즌 동안 보완했다.
손혁 감독은 "김웅빈은 수비가 확실히 늘었다. 수비코치도 비슷한 얘길 하더라. 모터가 수비를 잘하니까 상대적으로 (김웅빈이) 수비를 못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이 좋아졌다"며 "움직임이나 포구, 송구하는 거 모두 향상됐다. 항상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모터는 대만 캠프가 끝난 뒤 제이크 브리검, 에릭 요키시 등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로 넘어갔다. 귀국한 1군 선수단과 분리돼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시범경기가 취소되고 개막전까지 미뤄지면서 자율 훈련에 들어갔다. 개막이 확정되면 2주 전 입국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내 코로나 확산이 심해 26일 조기 귀국을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김웅빈과 경쟁 구도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손혁 감독은 모터가 경쟁에서 밀릴 경우 외야로 보낼 계획도 갖고 있다.
내야와 외야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모터의 수비 다양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손 감독은 "(모터는) 외야 수비도 평균 이상이다"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