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는 국내 제약사 중 신약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4개의 신약(국내 신약 총 30개)을 개발한 동아에스티는 연구 개발의 선구자로 볼 수 있다. 정부는 3대 신산업으로 바이오를 비롯해 반도체·미래형 자동차를 선정했다.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신약 개발에 있다. 이를 예전부터 가장 잘 실현해나가고 있는 제약사가 동아에스티다. 특히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엄 회장은 체계화된 연구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구원 투수’ 엄대식 카드 적중
동아에스티의 모태인 동아제약은 1932년 의약품과 위생재료 도매업으로 출발했다. 벌써 창립 88주년을 맞은 한국을 대표하는 제약사다. 무엇보다 ‘좋은 의약품을 생산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창업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동아제약은 창립 80주년에 지주사를 선언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 목적이었다. 2013년 동아쏘시오그룹은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 동아제약으로 분리됐다. 동아에스티는 전문의약품 판매와 의료기기 및 진단 사업, 해외 사업,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회사가 됐다.
동아쏘시오그룹의 핵심은 신약 개발이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은 1990년대 초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은 신약 개발”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인프라와 기반 기술 구축, 전문 인력 등을 확충하며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영 성과와는 별도로 ‘오너리스크’가 부각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구속되면서다. 2017년 민장성 동아에스티 사장도 업무상 횡령, 약사법 위반, 배임 등으로 구속되면서 그룹이 크게 흔들렸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 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엄대식 당시 한국오츠카제약 회장이다. 주주 가치 증진을 위한 경영계획까지 발표했던 동아쏘시오그룹은 2018년 엄대식 회장을 영입하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동아에스티는 투명한 경영과 부패방지를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연구개발·마케팅 주특기 살려 ‘세계로’
엄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해나갔다. 2018년 전문의약품 매출 성장과 신약 물질 기술 수출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주력 전문의약품과 신약에 대한 명확한 포트폴리오가 마련되면서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고, 매출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엄 회장이 취임한 지 2년만인 2019년에 인적 분할 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6122억원, 영업이익 57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7.9%, 44.5%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뉴로보의 미국 나스닥 상장에 따른 평가 차익이 반영돼 27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출 부문에서는 캔박카스의 성장과 결핵치료제 크로세린, 싸이크로세린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단일제품으로 캄보디아에서 ‘국민 드링크’로 자리 잡은 캔박카스의 매출이 9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동아에스티는 캄보디아의 성공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대만·필리핀 등으로 매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해외매출이 전체 매출액 대비 25.9%까지 확대됐다. 또 전문의약품이 31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부각됐다. 특히 자체 개발 신약인 슈가논(당뇨병치료제)과 모티리톤(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등이 준수한 성적표를 받으며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동아에스티는 2011년 완공된 글로벌 수준의 최첨단 연구소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에만 740억원을 투자했고, 매년 늘리고 있다. 연구본부, 제품개발연구소, 개발본부, 글로벌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약 230명의 연구인력이 신약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남다른 연구 DNA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2025년엔 글로벌 신약으로 ‘리딩 컴퍼니’ 도약
엄 회장은 올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동제약과 중외제약 등이 동아에스티가 주력하고 있는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월 용인 연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연구소가 폐쇄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식약처의 행정처분을 받아 전문의약품 97개 품목에 대한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른 손실액이 30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갖가지 악재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주력 제품의 판매 확대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엄 회장은 “동아에스티는 올해 국내 사업분야에서 자사 신약인 슈가논과 모티리톤의 매출을 확대하겠다. 해외 사업분야에서는 캔박카스 외에도 항결핵제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하는 리딩 컴퍼니가 되기 위한 체계적인 중장기적인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엄 회장은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정책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생산·관리 등 전 부문에서 1등 DNA를 가진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최대 관심 분야인 면역 항암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합성의약품 등을 유럽과 남미·아시아·아프리카 등 40여 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아에스티는 국내 연구개발의 선구자다. 여전히 이 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