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구FC 공격수 데얀(39·몬테네그로)은 요즘은 요즘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된 K리그 개막 관련 뉴스를 찾아보기 위해서다. 데얀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10년 이상 뛰면서 올 시즌처럼 그라운드에 서는 게 기다려진 건 처음이다. 막연하게 훈련만 계속하느라 팬들의 함성과 실전 경기가 그립다"고 말했다.
데얀이 새 시즌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다. 그는 지난 시즌 수원에서 3골에 그쳤다. K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골잡이의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2007년 K리그에 데뷔한 데얀은 사상 최초 세 시즌 연속(2011~13시즌) 득점왕을 차지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한국에서 총 11시즌을 뛰었는데,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매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직후 대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겨울 내내 칼을 갈았다.
데얀은 "지난 시즌엔 많은 골을 넣지 못했다. 출전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프로 데뷔 후 15년째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다.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1981년 데얀은 한국 나이로 마흔이다. 포부와 달리, 몸이 예전같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데얀은 그 어떤 시즌보다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다. 데얀은 "원샷원킬을 하던 전성기 시절에 비해 스피드와 힘이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한다. 90분 풀타임을 뛰지 않아도 내 득점 기회는 있다. 또 내가 쌓은 경험은 동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본 선수 중 1부에 남아있는 선수는 41세 이동국(전북 현대)뿐이다. 이동국은 내가 K리그 전설로 인정하고, 같은 공격수로서 존경하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리그 개막이 연기되면서 데얀은 새 소속팀에 녹아들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 그는 "새 동료들과 발맞추고 팀 분위기를 익히려면 두 달 이상 걸리는데, 시즌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 팀엔 세징야, 김대원, 신창무처럼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많다. 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열리도록 노련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 통산 189골 45도움(357경기)을 기록 중인 그는 올 시즌 200골이 목표다. 11골을 더하면 된다. 또 어시스트 3개를 추가하면 50(득점)-50(도움)도 달성한다. 데얀은 "대구에서라면 두 기록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부 프로스포츠에선 코로나19를 피해 한국을 떠난 외국인 선수들이 있었다'고 말하자, 데얀은 "고민도 안 해봤다. 나도 한국인이 다 된 모양"이라며 웃었다. 데얀은 "하루 빨리 K리그가 시작돼 멋진 경기를 하고, 말로만 들은 곱창을 먹으러 가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