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축구회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프로축구 K리그 개막과 운영 방식을 협의하기 위해 K리그1 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제공 유례없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사태가 결국 K리그 일정 축소라는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K리그1·2 대표자 회의를 개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개막 연기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쉽게 답이 나오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대표자 회의를 통해 특별히 결정된 사항은 없었으나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뜻을 모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개막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리고 이에 따라 리그가 개막하더라도 일정 부분 경기 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연맹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달 24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2020시즌 K리그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연맹은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추이를 지켜본 후 개막 시점과 리그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대표자 회의가 있던 2월 21일 기준으로 100여 명이었던 확진자 수는 이날을 기준으로 9661명까지 늘어났고, 오는 4월 6일로 예정됐던 초·중·고 개학 날짜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중·고 개학일은 연맹이 개막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지켜보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한 자리에 모인 구단 대표자들은 리그 개막 시점과 경기 일정 축소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개막 일정을 논의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개막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원래 시즌 경기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연맹 측은 "극적인 변화는 없다. 그러나 의미있는 부분이라면 일정 축소에 대해 대표자들이 동의하고, 또 공감을 형성했다는 것"이라며 "경기 축소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구단간 유불리보다 국민들의 건강과 선수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 다들 공감했다"고 전했다. 개막이 늦어지고 그로 인해 경기 수가 줄어들 경우, 홈·원정 경기 불균형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그런 부분에 집중하기보다 힘을 합쳐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얘기다.
또한 연맹은 '온라인 개학' 가능성과 더불어 제기된 개막 후 무관중 경기 진행 가능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으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리그 개막 연기 결정을 내렸을 때도 그렇지만, 프로스포츠의 기본은 팬이라는 마음으로 가급적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점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무관중 경기도 하나의 선택지이긴 하지만, 선수들을 포함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한 시점에 개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유럽과 북미 프로스포츠가 모두 중단되고,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연기되는 등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 들어섰다. K리그 역시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건강한 선수들이라도 경기를 치른 뒤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선수단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연맹은 이날 각 구단 대표자들이 회의를 통해 낸 의견을 바탕으로 추후 있을 이사회를 통해 구체적인 K리그 개막 시점 및 운영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물론 이사회 일정 역시 미정이다. 연맹 측은 "당초 4월 초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않은 만큼, 확진자 수 감소와 개학 시점 등 여러 가지로 살펴본 뒤 날짜를 정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