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점 행진을 무려 '12이닝'까지 늘렸다. 최채흥(25)이 사자군단의 '선발' 한 자리를 예약했다.
최채흥은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돋보였던 삼성 투수다. 현지 연습경기에 두 경기 등판해 총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도 상당히 좋았다. 스물두 타자를 상대해 피안타 두 개만 허용했다. 탈삼진은 여섯 개로 팀 내 1위였다.
상승세는 대구에 돌아와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도 이어졌다. 두 경기에 나와 각각 3이닝 무실점, 4이닝 무실점했다. 개막에 대비해 점차 투구 이닝을 늘리고 있지만 흔들림은 없다. 삼성 선발 후보군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한양대를 졸업한 최채흥은 2018년 1차 지명을 받았다. 그해 대학 졸업자 중 유일하게 1차 지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삼성은 지명 직후 '희소성이 있는 왼손 선발을 기대한다'고 했다. 장원삼(롯데)과 차우찬(LG)이 떠난 왼손 선발 라인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2년 동안 보여준 기록은 아쉬움이 남았다. 2년 차이던 지난해 데뷔 첫 100이닝을 넘겼지만, 평균자책점이 4.81(106⅔이닝 57자책점)로 높았다. 9이닝당 피안타가 10.72개. 피안타율은 0.293으로 3할에 육박했다. 극단적인 '투고타저' 시즌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합격점을 주기 힘들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용 폭은 넓었다. 역설적으로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기 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새롭게 사령탑에 오른 허삼영 삼성 감독은 최채흥을 2020시즌 '선발'로 분류했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 데이비드 뷰캐넌이 원 투 펀치. 국내 투수 중에선 백정현, 원태인, 최채흥, 윤성환이 후보다. 허 감독은 "(국내 선발 후보) 4명 중 가장 좋은 선수가 나간다. 시즌 중에 비가 오거나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일단은 선발 6명을 준비시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다. 경쟁에서 밀린 1명이 불펜으로 이동해 롱릴리프로 뛴다.
이 중 계투 경험이 많은 최채흥이 보직을 이동할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런데 최근 자체 청백전을 통해 신뢰를 쌓고 있다. 지난달 25일 첫 자체 청백전에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했다. 일본 캠프를 마치고 오랜만에 나선 실전 등판에서 완벽함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 맞대결을 펼친 윤성환(3이닝 3피안타 2실점)보다 더 깔끔하게 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막판 전지훈련지에서도 컨디션이 좋았는데, 한국 들어와서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올해는 선발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고, 체력적인 부분과 스피드 향상 보다는 원하는 곳에 투구할 수 있도록 제구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4일 열린 두 번째 자체 청백전 등판에선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또 한 번 쾌투했다. 이번에도 선발 맞대결한 윤성환(3이닝 6피안타 5실점)보다 더 경기 내용이 좋았다. 캠프 연습경기를 포함하면 무려 12이닝 무실점. 흠잡을 곳이 없다. 이변이 없다는 올 시즌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게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