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되려던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의 모든 행보가 보류됐다. 극장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택했고, 이로 인해 이중 계약 논란이 불거졌고,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고, 결국 공개와 모든 행사 일정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사냥의 시간'을 둘러싼 잡음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 23일이었다.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가 이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해외세일즈사 콘텐츠판다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콘텐츠판다는 "현재까지 약 30여개국에 선판매 했으며,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리틀빅픽쳐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3월 중순 공문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며 "일방적인 행위로 인해 당사는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단순히 금액으로 계산할 수 없으며, 당사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냥의 시간'을 이미 선판매한 국가가 여럿인데다, 리틀빅픽처스는 이들 국가의 배급사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 콘텐츠판다의 입장이다.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 콘텐츠판다와 한국영화계를 향한 신뢰에도 해를 입혔다는 것.
이에 리틀빅픽처스는 "이번 계약은 무리한 해외판매로 손해를 입을 해외 영화계와 국내외 극장개봉으로 감염 위기를 입을지 모를 관람객과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부득이한 조치였다"며 "콘텐츠판다 측이 주장하는 이중계약은 터무니없는 말이고, 충분한 사전 협상을 거쳐 계약 조항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했다"고 강조했다. 또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처스가 계약해지 요청을 하기 전일인 8일까지 해외세일즈 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통보 받은 콘텐츠판다의 해외세일즈 성과는 약14개국이며, 입금된 금액은 약 2억원으로 전체 제작비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틀빅픽처스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콘텐츠판다와 여러 차례 협의에 나서보려 했으나 거부 당했다는 것. 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금전적 문제를 배상하겠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돈보다는 신뢰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콘텐츠판다가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원에 국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8일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리틀빅픽처스의 계약 해지 통보의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콘텐츠판다와 계약이 해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틀빅빅처스는 국내를 제외한 국가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상영하면 안 된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해외에서 상영할 경우 간접강제가 발동돼 리틀빅픽처스가 콘텐츠판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넷플릭스는 '사냥의 시간'과 관련한 모든 일정을 잠정적으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4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던 '사냥의 시간'의 콘텐츠 공개 및 관련 모든 행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을 포함, 전 세계에서 '사냥의 시간'을 기다려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추후 소식 전해드리겠다"고 밝혔다. 10일 공개는 물론 감독과 배우들의 온라인 GV(관객과의 대화) 및 차후 화상 인터뷰 등 홍보 스케줄도 보류했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 영화다. '파수꾼'(2011) 윤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제훈·박정민·최우식·안재홍·박해수 등 충무로 젊은 피들이 총출동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18년 1월 크랭크인해 7월 크랭크업한 작품이다. 개봉까지 무려 2년여를 기다렸다. 그 와중에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악재까지 만났고, 이제는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