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키움 이정후. IS포토 아시아 출신 야구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47)다. 이치로는 2001년부터 19년 동안 빅리그에서 활약하며 골드글러브 수상 10회, 올스타 선정 10회, 실버슬러거 수상 3회 등 굵직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다. 첫 시즌인 200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하며 시작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향후 아시아 야구 선수 중 이치로를 넘어서는 타자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KBO 리그 4년차 시즌을 앞둔 이정후(22·키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치로의 스타일과 가장 비슷한 선수가 이정후다. 주루와 수비, 콘택트 능력까지 모두 준수하다. 나이가 어리다는 걸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파워를 갖춰야 하지만 이치로도 파워가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중장거리 타자로 이정후와 이치로의 스타일은 아주 흡사하다.
일본에서도 '포스트 이치로'라는 선수가 꽤 있다. 이번 겨울 신시내티와 계약한 아키야마 쇼고(32)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은 츠츠고 요시토모(29)를 비롯해 현 소프트뱅크 간판타자인 야나기타 유키(32)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세 선수 모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치로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선수라고 자국 내에선 평가한다. 그런데 각각 결점이 있다.
아키야마는 주루와 콘택트 능력이 출중하다. 일본리그 타격왕 1회, 최다안타 4회 등 타격에선 흠 잡을 곳이 없다. 신시내티가 3년, 총액 2100만 달러(256억원)를 투자한 배경이다. 하지만 수비가 공격을 따라가지 못한다. 어깨가 강하지 않다. 츠츠고와 야나기타도 비슷하다. 두 선수는 모두 강력한 파워를 갖췄다. 일본리그 통산 홈런이 각각 205개, 157개나 된다. 그러나 츠츠고는 주루 능력이 부족하고 야나기타는 수비가 이치로처럼 특출 나지 않다. 어렸을 때 투수를 했던 이치로는 시속 145km의 강력한 송구를 자랑한다. 공격과 수비, 주루 3박자를 갖춘 타자를 찾는 게 그만큼 어렵다. 대만 출신 중에선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는 양다이강이 있지만 올해 나이가 서른셋이다.
이정후는 나이가 어린 게 최대 강점 중 하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일찌감치 병역 혜택까지 받아 탄탄대로가 열렸다. 내년으로 도쿄 올림픽이 연기됐지만 선수에겐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조금만 더 착실하게 준비하면 얼마든지 국제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가 끝난 뒤 현지 야구계 지인을 통해 일본에서 이정후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이치로는 승부욕이 대단했다. 2006년 WBC 예선을 할 때는 더그아웃에서 불 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당시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달리 보면 그만큼 독한 마음을 갖고 야구를 한다. 신인 때부터 1군에서 자리 잡고 주전으로 도약한 이정후가 보고 배울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아버지인 이종범(전 LG 코치)도 독하게 야구했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좀 더 단단해진다면 이치로를 넘어 그 이상도 가능하다. 그만큼 자질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