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음원 사재기 이슈를 꺼냈던 김근태 전 국민의당 비례후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지게 됐다.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한 기자회견에 일단 유감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불법 조작 세력을 잡아넣고 다시 유명세를 떨칠 수 있을지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볼빨간사춘기 소속사 쇼파르뮤직은 지난 20일 김 전 후보를 만나 차트 조작이 없음을 상호 확인했다. 김 전 후보가 사재기 음원으로 지목한 곡은 쇼파르뮤직이 제작 및 홍보하지 않은 OST였다. 소속사 측은 "섭외를 받아 가창자로 참여했고 저작인접권 및 수익권, 홍보 권한 또한 드라마 OST 업체 쪽에서 모두 가지고 있다"면서 사안과 무관하게 지목당한 것에 황당해했다. 김 전 후보는 쇼파르뮤직과 볼빨간사춘기 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과를 받은 볼빨간사춘기 측은 김 전 후보에 대한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상호 합의한 공식 입장문은 "김 전 후보는 언더마케팅 업체의 조작을 파헤치고자 하는 기자회견이 언론을 통하는 과정에서 조작의 주체가 아티스트 측에게 있다는 식으로 잘못 전달된 것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정리됐다.
김 전 후보의 태도는 선거 전과는 사뭇 다르다. 8일 기자회견을 열며 "언더마케팅 회사 크레이티버가 불법 해킹 등으로 취득한 일반 국민의 ID로 음원 차트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조작한 것으로 확인된 가수는 고승형·공원소녀·배드키즈·볼빨간사춘기·송하예·영탁·요요미·소향·알리·이기광"이라고 실명을 언급한 후, 같은 날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선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불법적인 조작이 있었다는 법적인 판단이 섰다. 거론 가수들의 소속사를 비롯한 크레이티버와 접촉하지 않았다. 당연히 아니라는 입장을 밝힐 것이기 때문에 따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또 13일 이기광 소속사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가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보내자, 이튿날 김 전 후보는 "불법 조작 세력인 크레이티버 측을 피고발인으로 하는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다른 업체에 의한 조작을 수사할 수 있는 증거들도 함께 제출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불법조작세력의 불공정 행태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기광 측이 이러한 불법적 마케팅에 동의한 적이 없다면 이를 소명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이기광 측의 검찰 고소에 유감을 표명하며,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동 사안의 실체가 명백히 드러나기를 바란다"면서 가수들에게도 소명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기 가수들을 언급하는 등 자신만만한 사재기 의혹 기자회견으로 유명세를 치렀지만 김 전 후보는 결국 낙선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까지 나서 "국회의원 선거와 음원 사재기로 음원차트를 조작한 정황이라는 허위 사실이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 본인이 직접 소명하라"는 성명서를 내면서, 이른바 '아니면 말고의 던지기식 주장'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까지 떠안았다. 22일 김 전 후보에 일주일 사이 입장 변화의 차이가 생긴 것이 맞는지, 맞는다면 그 이유가 뭔지에 관해 물었지만 회신은 없었다. 앞선 인터뷰에선 "이번 의혹 제기는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일 뿐, 누군가를 저격하려는 것은 아니다. 고소 대상은 내가 아닌 언더마케팅 업체가 되어야 한다"면서도 "법적 절차를 치러야 한다면 치르겠다. 지금은 조작 의혹을 해소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김 전 후보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기관 조사부터 받는다. 이기광 소속사 관계자와 법률대리인은 22일 고소인 자격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여론을 이용해 소속사에 확인도 한번 해보지 않고 성급히 가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잘못된 정보를 공개하고, 그 내용을 접한 사람들에게 마치 그 내용이 사실인 듯한 인식을 심어주어 해당 아티스트가 성실히 활동하며 쌓아 올린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일은 근절돼야 한다"면서 김 전 후보에 합의 없는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김 전 후보를 지난 17일 고소했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후, 추후 김근태의 소환 일정을 잡아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