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e스포츠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시즌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코로나19로 재택 경기, 무관중 결승전 등 전혀 유례가 없던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감염 사태 없이 안전하게 치러져 오는 6월 서머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문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최대 국제 e스포츠 대회인 ‘롤드컵’ 개최 여부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의 롤파크에서 T1과 젠지의 ‘2020 LCK 스프링’ 결승전이 열렸다. 지난 2월 개막한 2020 스프링 시즌의 최종 왕좌를 가리는 자리다. 평소 같았으면 잠실 실내체육관과 같은 넓은 공간에서 진행됐을 텐데, 이번에는 코로나19로 LoL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인 롤파크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그래도 결승전 분위기를 내기 위해 관중석은 ‘아바타 응원단’으로 메웠다. 온라인 응원 사진을 출력해 120석가량의 경기장 좌석에 입간판형 ‘아바타 응원단’을 배치한 것이다.
우승팀 미디어 인터뷰도 평소와 달랐다. 기자들의 경기장 취재가 통제돼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기자들이 주최측이 알려준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에 접속해 질문을 남기면 현장 관계자가 대신 질문하고 선수 및 코칭스태프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낯선 모습은 정규 리그 중에도 벌어졌다. 선수들이 경기장이 아닌 자신들의 숙소나 연습실에서 사실상 ‘재택 경기’를 했다.
LCK는 코로나19로 지난달 6일부터 19일까지 중단됐다가 같은 달 25일 재개됐다. 대신 선수들은 소속 팀의 숙소 및 연습실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 경기를 치렀다. 주최 측은 심판과 운영인력을 팀 숙소에 파견해 경기를 관리했다. 이들은 팀 숙소 입장 전에 체온 측정과 마스크 상시 착용, 손 세정제 상시 사용 등 안전 체크리스트를 지키도록 했다.
주최사인 라이엇게임즈의 이런 노력 덕분에 LCK는 선수나 관계자 등의 코로나19 감염 없이 무사히 스프링 시즌을 마치게 됐다.
라이엇게임즈 측은 “2020 LCK 스프링이 코로나19 속에서도 무관중 경기, 온라인 대회 등 유연한 방식으로 원만하게 진행됐다”며 “e스포츠만의 특징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오는 6월 17일 2020 LCK 서머를 개막하기로 하고, 2장의 진출권이 걸린 서머 승강전을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다.
국내 대회와 달리 국제 대회는 개최를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라이엇게임즈는 5월에서 7월로 한 차례 연기한 ‘2020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를 취소하기로 했다. MSI는 한국을 비롯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 상반기 상위팀이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LoL 주요 국제 대회다.
존 니덤 라이엇게임즈 글로벌 e스포츠 총괄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영향이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안전을 위해 올해는 MSI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LoL 최대 국제 대회인 롤드컵도 개최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10~11월경 열리는 롤드컵은 한 해 최종 강자를 가리는 대회로,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중국 상해에서 성대하게 열릴 계획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이고 올해 중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작아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 전 세계 선수들이 상해에 모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e스포츠 관계자는 “각국의 LoL 리그는 온라인 대회로 진행될 수 있지만, 롤드컵은 선수들이 상해로 모여야 한다”며 “각국이 출입국을 제한하고,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돼 선수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롤드컵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상해 입국시 14일 자가격리 등을 고려해 선수들의 이동 일정을 세우는 등 세밀하게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존 니덤 총괄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해 더욱 의미 깊은 롤드컵을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한 글로벌 e스포츠 축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