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어렵게 개막을 결정한 K리그의 어깨가 무겁다. 성공적인 개막이 그 어느 시즌보다 더 중요해졌다.
2020시즌 프로축구 K리그1·2가 8일과 9일 각각 개막한다. 개막이 미뤄진 지 약 두 달 만에, 드디어 킥오프를 앞두고 있는 K리그는 한국 사회가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을 얼마나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아직 코로나19의 공포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지켜본다고 하면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세계 40여 개 주요 축구리그가 K리그의 개막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4일 월드리그포럼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K리그의 단계별 대응 과정을 소개하고, 리그 운영에 대비해 제작한 매뉴얼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월드리그포럼은 2015년 전 세계 프로축구리그간 현안 공유와 공동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럽 5대 프로축구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독일 분데스리가·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탈리아 세리에A·프랑스 리그앙)를 비롯해 40여 개의 리그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월드리그포럼이 주목한 것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개막을 추진한 K리그의 힘이다. 전세계 각국 프로축구리그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멈춰선 상황에서, 초반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개막까지 미뤘던 K리그가 어떻게 다시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리그를 운영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달 24일, 월드리그포럼 측이 연맹에 요청한 것도 'K리그가 개막에 이르기까지 진행한 절차와 리그 운영 매뉴얼 등'의 내용이다. 월드리그포럼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의 리그가 중단되거나 개막을 연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5월 8일 K리그의 개막은 리그에 좋은 선례로 제시될 수 있다"며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점휴업' 중인 리그가 대부분이고, 개막을 강행했던 타지키스탄이 3주 만에 리그를 중단하고 일본 J리그는 국가 긴급사태 연장으로 인해 6월 개막도 무산되는 등 전세계 축구는 여전히 얼어붙은 분위기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 15일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으나, 선수와 코치진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 검사에서 1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난 분위기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K리그가 성공적으로 개막해 시즌을 운영한다면, 코로나19로 중단되고 위축된 각국 리그의 재개 및 운영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해외 10여 개국에 중계권이 판매되고, 영국 축구 전문매체가 K리그1(1부리그) 팀들을 소개하는 등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리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연맹은 월드리그포럼에 ▲선수단 내 유증상자 발생 시 대응 지침 ▲개막 전 전체 선수단 코로나 검사 실시 ▲예비일을 고려한 리그 축소 운영 ▲리그 성립-불성립 판단 기준 등의 정보를 제공했으며, 추가로 지난 1일 리그 개막을 앞두고 전 구단에 배포된 'K리그 코로나 대응 매뉴얼 제2판'도 함께 전달했다. 이제 남은 건, 철저한 방역과 안전한 경기 운영으로 시즌을 무사히 치르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