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극 '더 킹 : 영원의 군주'가 방송 6회(60분 기준)가 넘어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본 가운데 논란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애초 이민호의 발전 없는 연기를 시작으로 판타지라고 해도 터무니없는 내용을 담은 대본과 설렘이라곤 하나도 느낄 수 없는 뻣뻣한 연출까지 그야말로 총체적난국의 현재진행형이다. 시청률도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첫 회 10.1%(30분·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7.4%까지 하락했다.
우리가 아는 김은숙 작가와 제작진이 아닌 평행세계의 다른 사람들이 만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더 킹'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왜색 짙은 논란의 연속
이번엔 함선에 일장기를 덧입혔다. 지난 2일 방송된 6회 중 일본 해군 함선이 등장했다. 문제는 극중 일본의 함선이 모두 우리나라 광개토대왕급·세종대왕급·이순신급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일장기를 씌워 일본 군함으로 만들어놓았다. 극 전개상 일본 군함을 공격하기에 일본 군함 디자인을 따오는게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이순신급의 국내 함선을 등장시키는 건 더더욱 문제. 타이트한 화면을 잡아도 되지 않는데 괜한 디테일이 오히려 화를 불러온 셈이다. 문제는 6회밖에 진행되지 않은 '더 킹'의 왜색 논란이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가는 묘사 중 건축 양식이 한국식이 아닌 일본식 양식이 나와 논란이 됐다. 제작진은 '목조건물의 경우 우리나라 사찰과 중국의 궁의 특징을 베이스로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 사찰의 일부 특징적인 부분이 사용됐음을 확인했다. 타이틀 디자인을 즉시 수정하고 재방송·VOD 서비스 등은 교체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더 킹'은 세계적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 바로 공개된다. 벌써 두 번의 논란으로 '국가 망신'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그림판이 나을 법한 CG
CG(컴퓨터그래픽)을 두고도 말이 많다. 지난 1일 방송에서 김고은(정태을)이 이민호(이곤)의 세계인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공간을 이동하는 길이 펼쳐졌고 "여기 대체 뭐야? 5차원 같은 곳이야"라며 풍광에 놀랐다. 이민호는 "여긴 자네와 내 세계의 1과 0 사이 정도야. 과학으로는 설명 안 되는 곳이야"라고 말했다.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져야할 이 곳을 본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노을 지는 화면에 백마(막시무스)를 탄 이민호와 김고은이 너무 가위로 오려 붙인 듯 완성도가 떨어진다. 마치 편집 용어 중 은어인 '누끼' 딴 모습이다. 이민호의 금관 쓴 모습도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 속 금관과 달랐기 때문이다. 높지 않은 금관은 볼품없으며 이민호의 머리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어딘가 우스꽝스럽다. 마치 패스트푸드점에서 나눠주는 아이들용 장난감 왕관을 쓴 모습같다. 이렇듯 별 거 아니라며 넘어갈 수 있는 장면도 드라마의 부진으로 인해 하나하나 의미가 부여됐고 결국 웃음거리가 됐다. 회당 수억원의 출연료를 가져가는 이민호의 자존심이 많이 구겨졌다.
◇ 백상훈 감독의 부재
이런 크고 작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메인 감독의 부재다. '더 킹'은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B팀 연출을 맡은 백상훈 감독의 첫 A팀 연출작이다. 그러나 백상훈 실질적으로 백상훈 감독이 그린 그림은 많지 않다. 정지현 감독이 A팀을 맡게 됐고 백상훈 감독은 편집 등 다른 작업을 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방송 전 백상훈 감독이 찍어놓은 분량의 재촬영도 진행했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린 백상훈 감독이 빠지며 정지현 감독과 C팀 등이 투입됐지만 최초 설계를 하지 않았기에 중심을 못 잡는 건 당연한 일. 그러다보니 앞서 언급된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 '더 킹'은 지난해 9월 첫 대본리딩을 진행했고 곧바로 촬영을 시작했다. 무려 8개월째 촬영 중으로 아직 최종회 대본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종영일이 있는 주간까지 촬영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장에 있는 한 관계자는 "잡음이 있었어도 방송을 앞두고 모두가 노력한 작품인데 뜻하지 않은 결점으로 인해 모두가 힘들어한다. 남은 기간 무사히 촬영을 마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