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기력과 꾸준함, 수려한 외모. 삼박자를 다 갖춘 축구선수라면 ‘완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하지만 신은 대개 세 재능을 한 명에게 몰아주지 않는다. 프로축구 K리그도 예외가 아니다. 완벽한 한 선수 대신 서로 다른 장점의 세 선수가 대구FC에 모여 있다. 구름 팬을 몰고 다니는 ‘축구돌(축구+아이돌)’ 정승원(23)과 지난 시즌 35경기에서 25개의 공격포인트(10골·15도움)를 몰아친 ‘공격 머신’ 세징야(31). 그리고 K리그 통산 득점 2위(189골) 및 외국인 득점 1위의 ‘레전드’ 데얀(39)이 그들 셋이다. 팬들은 이들이 똘똘 뭉쳐 ‘흠 없는 구슬(완벽)’을 만들라는 뜻에서 이름 첫 글자를 따서 이렇게 부른다. ‘정(승원)-데(얀)-세(징야) 트리오’.
정·데·세 트리오는 소속팀이 대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대구는 한때 코로나19가 덮쳐 도시 기능 마비 지경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경기를 치를 정도로 다시 일어섰다. 연고 축구팀 대구FC는 연고 야구팀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의 아이콘으로 지구촌 스포츠 팬의 관심을 받는다. 8일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정·대·세 트리오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몇 달간 클럽하우스와 집, 두 곳만 오가며 사실상 외부와 격리된 채 시즌을 준비했다. 축구로 대구의 부활을 알릴 준비가 끝났다”며 시즌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사실상의 격리 기간 세 선수는 ‘조금만 더 버티면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데얀은 “서로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막판엔 모두 지쳐버렸다. 그러던 중 개막 일정이 발표되자 다 함께 만세를 불렀다”고 전했다. 정승원은 “동료와 클럽하우스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보드게임을 즐기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상대로 싸웠다”고 말했다. 세징야는 “훈련하지 않는 시간 대부분을 와이프 얼굴만 보며 지냈다. 너무너무 좋았다”며 웃었다. 세 선수는 “대구에서 다시 축구 경기가 열린다는 건 특별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세징야는 “우리가 뛰는 건 대구 시민과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얀은 “대구가 코로나19를 극복한 원동력은 ‘프로페셔널리즘’에 있다. 모두 책임감을 갖고 잘 견뎌낸 덕분에 ‘K리그 개막’이라는 선물을 받았다”며 좋아했다.
새 시즌 전망도 물었다. 눈길이 가는 팀이나 선수를 꼽아달라고 했다. 대답은 엇갈렸다. 세징야는 “올 시즌 1부로 승격한 부산 아이파크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호물로(25)에게 눈길이 간다. K리그1에서 치열하게 득점왕 경쟁을 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전망했다. 정승원은 “다른 팀은 몰라도 FC서울은 꼭 이겨야 한다. 지난해 최종전에서 0-0으로 비겨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넘겨줬다.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 나이로 마흔인 데얀은 “전성기 시절의 나 자신을 뛰어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즌 초반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는 건 대구에게는 페널티(벌칙)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경기마다 관중석을 꽉꽉 채우고 경기했던 팀이다. 그만큼 텅 빈 스탠드가 주는 공허함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데얀은 “오래 선수로 뛰었지만, 무관중 경기는 처음이라 빈 관중석에 눈길이 갈 것 같다. 팬이 없는 축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아쉬워했다. 정승원은 “관중석이 가득 차 있다고 상상하는 걸 연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도 물었다. 세 선수 모두 목소리 톤이 살짝 올라갔다. 정승원은 “함께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데얀은 “모든 경기에서 ‘데얀민국’을 외치는 팬을 위해 멋진 골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세징야의 시선은 ‘태극마크’를 향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더욱 커졌다. 한국 귀화와 국가대표 발탁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뛰겠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28·토트넘)과 멋진 호흡을 선보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