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개막 첫 주 삼성의 성적표는 2승 4패다. NC와 개막 3연전을 싹쓸이 당한 뒤 KIA를 상대로 2승 1패를 거뒀다. 연패 사슬을 '3'에서 끊어냈지만 5할 승률 달성엔 실패했다. 출발이 삐걱거린 가장 큰 이유는 타격이다. 6경기 팀 타율이 0.199(191타수 38안타)에 불과하다. 9위 SK(0.247)와 차이가 5푼 가까이 나는 압도적인 최하위다.
자칫 더 떨어질 수 있었다. 지난 9일 성적을 제외하면 팀 타율은 0.161(155타수 25안타)이다. 삼성은 이날 KIA를 상대로 장단 13안타를 쏟아냈다. 개막 후 첫 두 자릿수 안타를 때려내며 수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튿날 다시 침묵해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했다.
집단 슬럼프 조짐이다. 김동엽(이하 타율 0.320)을 제외하면 팀 내 주전 중 3할 타자가 없다. 공격의 활로를 뚫어야 하는 박해민(0.160)과 김상수(0.188) 중심타선에서 활약해야 하는 강민호(0.143)와 이원석(0.150)의 타율이 모두 1할대다. 상·하위 타선이 꽉 막혔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삼성의 득점권 타율은 0.205로 리그 최하위다.
다린 러프를 대신해 영입한 타일러 살라디노도 적응이 더 필요하다. 살라디노는 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150(20타수 3안타)을 기록 중이다. 볼넷 1개를 골라내는 동안 리그 1위에 해당하는 삼진 9개를 당했다. 시즌 초반 선구안에 문제점을 드러내 출루율도 0.227로 낮다.
3년간 '효자 외인'으로 활약하다 팀을 떠난 러프도 첫 시즌인 2017년 초반 고전했다. 첫 18경기 타율이 0.150(60타수 9안타)로 좋지 않았다. 2군을 한 번 다녀온 뒤 가파른 상승세를 타더니 31홈런, 124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당시 삼성은 러프가 부진하더라도 이승엽이라는 대안이 있었다. 살라디노는 앞뒤 타자가 모두 고전하니 침체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삼성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일 구자욱이 1군에서 제외됐다. 오른팔 쪽이 좋지 않아 전열에서 이탈했다. 부상 전까지 타율 0.250(12타수 3안타)를 기록 중인 구자욱마저 빠지면서 타선이 더 헐거워졌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돼 2군 경기를 소화 중인 이학주의 1군 복귀 시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 7일 "라이온스는 항상 (개막 후) 한 달 정도 힘든 시기가 있다. 좋은 습성은 아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은 매년 '여름성'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여름에 강했다. 역설적으로 여름이 되기 전까지는 고전했다. 올해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