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급 인기 속에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여운이 길다. 지난 16일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최고 기록(28.4%)을 세우며 막을 내린 뒤에도 유튜브 등엔 결말 분석과 패러디 등 ‘부부의 세계’ 관련 콘텐트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방송사도 ‘음미’ 바람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JTBC는 ‘부부의 세계’ 방송시간이었던 금·토요일 밤에 배우 인터뷰와 명장면 등을 담은 스페셜 방송을 내보냈고, 29일부터는 원작 드라마인 BBC ‘닥터 포스터’를 방송할 예정이다. 또 오는 7월 첫 방송 예정인 예능 프로그램 ‘장르만 코미디’에서 쇼트 폼 드라마 ‘쀼의 세계’로 고품격 패러디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홍보에 나섰다. 유세윤·안영미가 이태오·지선우 역을 맡아 지난 16일 실제 ‘부부의 세계’ 세트장에서 촬영한 ‘쀼의 세계’ 사진도 공개했다.
22, 23일 스페셜 방송에선 배우들의 뒷얘기가 화제를 모았다. 김희애는 박인규 역을 맡은 이학주의 연기를 칭찬하며 “꿈에 나타날까 무서웠다. 연세가 80이 넘으신 친정어머니께도 ‘무섭지 않으시냐’고 물어봤다”고 밝혔다. 대세 배우로 떠오른 한소희는 자신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는 김희애의 뒤통수를 때리는 장면에 대해 “촬영 날 아침부터 토할 것 같았다”며 촬영 당시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또 이태오 역의 박해준은 김희애와의 키스로 끝난 12회 엔딩 장면을 두고,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둘 기력이 완전히 빠졌었다”고 했다. 김희애도 “12회 엔딩이 가장 셌던 것 같다. 대본을 받아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에선 ‘부부의 세계’ 결말 분석이 한창이다. 드라마 리뷰 채널 ‘입소문tv2’는 17일 ‘부부의 세계 결말 완벽 해설’ 동영상을 올리고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사람이 준영이가 맞는 걸까” “지선우의 상상 아닐까” 등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마지막 타이틀에서 온통 검은색이었던 집에 작지만 노란 불이 켜진 것을 보면 준영이가 돌아온 게 맞다”고 주장했다. 콘텐트 리뷰 전문 유튜브 채널 ‘민호타우르스’는 “아들 준영이를 맞이하는 마지막 장면 지선우의 헤어스타일이 준영이가 사라지고 난 후 1년 뒤 헤어스타일과 다르고, 지선우가 보여준 적 없는 스타일의 머리 묶음이라는 점을 볼 때 지선우가 미래를 상상한 것이거나 준영이가 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풀었다.
시청자들도 이들 동영상에 댓글로 저마다의 해석을 올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경찰에서 연락왔어?’ ‘준영이 찾았어?’가 아니라 ‘준영이 연락 왔어?’라고 물었던 걸 봐서 지선우는 준영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것” “지선우가 준영이에게 옷을 사다 줬을 때 ‘이제 카드 주겠다’고 한 것이 떡밥. 준영이에게 카드를 줬다면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어디선가 지내고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 등 색다른 해석이 여럿이다.
이 밖에도 성대모사 패러디와 ‘김희애 의상·액세서리 총정리’ 등 동영상도 줄을 잇는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는 ‘부부의 세계’를 “또라이 세계”라고 부르며 분노하는 리액션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3,4,5,6화 리뷰’ 동영상, 이태오 역의 배우 박해준이 할머니에게 보낸 영상 편지를 담은 동영상 등이 모두 각각 2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이런 ‘음미’ 문화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중년 세대와 젊은 층에 엄청난 인기를 끈 ‘부부의 세계’가 끝난 뒤 이를 대체하는 다른 콘텐트가 없어 여진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