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초반은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수비 비중이 높은 포지션도 높은 공격 기여도를 기대받는다. 10구단 유격수의 타격 성적은 제각각이다.
리그에서 가장 수비 능력이 좋은 유격수로 평가받는 김재호(35·두산)는 타석에서도 좋은 성적을 남겼다. 개막 셋째 주까지 나선 15경기에서 타율 0.400(55타수 22안타)을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리그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이다. 리그 전체 타자 가운데서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클린업트리오 바로 뒤인 6번 타순에 포진했다. 장타는 많지 않지만 정확한 콘텍트 능력으로 상대 배터리에 피로감을 주고 있다. 허벅지 통증을 안고 나섰을 때도 안타 생산과 팀 배팅 모두 좋았다. 2019시즌에 타율 0.268에 그치며 부진했던 그는 겨우내 체중 감량을 통해 투타 감이 가장 좋았던 수준의 몸 상태에 다가섰다. 좋은 결과도 따라주고 있다.
KT 주전 유격수 심우준(25)도 고비를 넘겼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9번에서 1번으로 타순이 올라갔다. KT의 공격 선봉대 역할을 맡게 됐다. 워낙 발이 빠른 선수이기 때문에 기동력 야구가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개막 첫째 주 출루율은 3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2번 타자 김민혁까지 부진했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20경기는 변화된 타순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뚝심을 보여줬고, 심우준도 조금씩 타격감을 찾기 시작했다.
개막 셋째 주까지 19경기를 치르며 타율 0.306(85타수 26안타)·출루율 0.348를 기록했다. 선두타자 출루 뒤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며 이강철 감독이 그린 그림을 실현하기도 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NC 주전 노진혁(31)도 타율 0.274·2홈런을 기록했다. 승부처에서 좋은 타격을 해줬다. 2019시즌 도루왕 박찬호(KIA·25)을 향한 평가는 유보다. 같은 기간 동안 타율 0.274(84타수 23안타)·출루율 0.337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평균을 웃도는 기록이지만, 득점권에서 17타수 1안타로 매우 약했다.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이학주(삼성·30)는 14경기에서 타율 0.214를 기록했다. 부진했다. 득점권 타율은 0.250. 그러나 주자가 2명 이상 있을 때 2루타를 치며 다득점 발판을 놓은 타격은 두 차례 해냈다. 희생플라이도 3개를 기록했다.
롯데 외인 딕슨 마차도(28)의 방망이는 식었다. 개막 첫째 주에만 홈런 3개를 때려냈다. KT와의 개막전 결승타 주인공이다. 그러나 2~3주 차 12경기에서는 타율 0.167에 그쳤다.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25)은 지난주에는 타율 0.471·OPS(출루율+장타율) 1.699를 기록하며 반등했지만, 이전 12경기에서는 0.188·1홈런에 그치며 공격 기여도가 미미했다.
LG 유격수 오지환(30)은 수비 능력은 좋다. 타석에서는 부진하다. 지난주까지 타율은 0.170을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62명 가운데 6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멀티홈런을 치며 반등 신호탄을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