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54) KT 감독은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를 퓨처스팀으로 내릴 때 매우 신중한 편이다. 주전이든 백업이든 당사자가 벤치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데이터나 현상에서 문제가 뚜렷하게 드러날 때까지 기회를 준다.
선수의 심기를 헤아리려는 게 아니다. 문제의식이 명확해야 정상화를 향한 의지가 커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단을 내린 목적은 2군 강등이 아니라 1군 재콜업이다. 이강철 감독은 엔트리 재등록 기간(10일)을 맞추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심적 문제라면 완벽하게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기술적 문제라면 확실하게 교정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2019시즌 불펜 마당쇠던 전유수는 한 차례 조정 기간을 가진 뒤 다시는 2군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셋업맨이던 김재윤도 어깨 부상을 완벽하게 털어낸 뒤에는 시즌 최종전까지 1군을 지켰다. 이 감독은 "계속 1, 2군을 오고 가면 선수와 코칭 스태프 모두 힘들다"고 했다.
이런 소신이 '전' 마무리투수 이대은의 재콜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2020시즌 등판한 여덟 경기에서 3패·평균자책점 10.13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지난 5월 23일부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KT는 악재가 생겼다. 외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좌측 장요근 미세 손상으로 인해 5주 동안 이탈한다. 스윙맨이던 김민수를 대체 선발로 내세웠다. 불펜에 빈자리는 베테랑 전유수를 콜업해 메운다. 헐거워진 뒷문은 가장 큰 고민이다.
이대은은 최근 열흘 동안 퓨처스리그 등판을 통해 영점을 잡았다. 불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콜업이 전망됐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단호하다. 쿠에바스의 이탈과 이대은의 콜업은 별개 문제로 여겼다.
이 감독은 "몸 상태가 올라온 전유수가 있는데 굳이 다른 투수를 쓸 이유가 없다"며 "눈에 보이면 기용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면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직구의 공 끝이 더 날카로워지거나, 포크볼의 움직임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 가지라도 잡아야 다시 콜업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대은은 해외 유턴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뒤 2019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았다. 150㎞(시속)대 빠른 공과 낙차 큰 포크볼이 경쟁력이다. 미국, 일본 무대에서 뛴 경험도 자산이다. 데뷔 시즌에는 선발투수에서 마무리투수로 전환하고도 임무를 잘해냈다.
KBO 리그 2년 차에는 더 좋은 투구가 기대됐다. 선수도 "1년 차 때보다 부담을 덜어내고 시즌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나 개막 초반 연속 경기 피홈런과 블론세이브로 자신감이 떨어졌고, 5월 19일 한화전에서 첫 세이브를 기록하며 반등 발판을 만든 뒤에도 부진이 이어졌다.
이강철 감독은 이대은이 자신의 능력만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그의 클로저 기용도 스프링캠프 전에 마친 구상이다. 믿음이 있다. 퓨처스리그에서의 이닝 소화, 실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대은다운 직구와 포크볼을 던져야 다시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