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에는 ‘BDS(봉동소년단)’가 있다. 소녀 축구 팬 사이에서 공격수 조규성(22)은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북 클럽하우스(완주군 봉동읍)에서 BDS의 존재는 BTS(방탄소년단) 못지않다.
훤칠한 키(1m88㎝)의 조규성에게서 가수 정진운(2AM)과 황민현(워너원), 배우 박서준 등의 모습이 언뜻 보인다. 개성이 넘치는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와이드팬츠를 입은 ‘힙한’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봉동에서 만난 조규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무관중 경기를 치러서인지 인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래도 FC안양 시절부터 좋아해 준 여중·여고생 팬들이 SNS로 응원해주고 있다”며 웃었다.
루키시즌이던 지난해 K리그2 FC안양에서 14골을 터트렸던 조규성은 올 시즌 전북으로 이적했다. 조규성 출전 경기에는 ‘그’만 보고 싶다는 등의 기발한 플래카드가 많이 붙었다. 그는 여성 팬들이 보내준 플래카드를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다.
BDS라는 말을 꺼내자 조규성은 “우리 팀 형들은 날 ‘레드카드’라 부른다”며 웃었다. 조규성은 지난달 24일 대구FC와 홈 경기에서 후반 24분 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후반 45분과 46분, 연이은 파울로 옐로카드 2장을 받고 퇴장당했다.
앞서 조규성은 2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요코하마전에서 이적 후 첫 득점을 기록했다. K리그1에서도 기다리던 데뷔골을 터뜨리며 2-0 승리에 기여했지만, 황당하게 퇴장을 당했다.
조규성과 인터뷰 도중, 지나가던 조세 모라이스(55·포르투갈) 전북 감독이 “헤이~ 슈퍼스타”라며 껴들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에 두 골이나 앞섰는데, 왜 무리한 동작으로 옐로카드 2장을 받았어?”라고 핀잔을 줬다. 조규성은 “제가 잠깐 미쳤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조규성은 “추가시간이 3분 주어졌다. 축구에서 승패가 뒤바뀔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다가, 불필요한 파울을 했다. 지난해 안양에 뛸 때는 4-1로 앞선 후반 30분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원톱 공격수 조규성은 최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학창시절 맨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아르헨티나)를 봤다. 공격수는 팀을 위해 맨 앞에서 수비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북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41)은 조규성에게 “쓸데없이 많이 뛰며 체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효율적으로 뛰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식 전북 코치 역시 “많이 뛰지 말라는 팀은 처음이지?”라며 웃었다고 한다.
조규성은 “동국이 형은 필요한 위치에 딱 가 있더라. 지난달 수원과 개막전에서 공격 루트가 아예 없어서 고전했다. 그런데 동국이 형이 기어코 헤딩골을 넣고 승리를 이끌었다. ‘와! 이 팀은 원래 이래?’라며 혼자 호들갑을 떨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비수 최철순 형이 ‘평소에 자주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더라. ‘역시 3연속 우승을 차지한 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조규성은 “내가 퇴장당한 장면을 딱 한 번 봤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쿨하게 답했다. 전북 관계자는 “나이가 어리지만, 조규성은 주눅 들지 않는 성격”이라고 귀띔했다. 전북 선배들은 그런 조규성에게 일부러 더 친근하게 장난을 건다.
하루는 이동국이 조규성을 따로 불렀다. “감독님이 ‘진실의 방’에서 널 찾는다”고 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범죄자를 강압적으로 취조하는 곳을 ‘진실의 방’이라 부른다. 외국인 감독이 ‘진실의 방’에서 기다린다니 영 이상했다.
이동국이 말한 방은 모라이스 감독의 집무실이었다. 조규성은 “방에 가보니 동국이 형이 장난친 거였다. 영문을 몰랐던 감독님이 내게 ‘일단 앉아보라’고 하셨다. 얼떨결에 20분 동안 면담했다. 상대를 압박할 때 우리 팀은 두 명이 되어야 한다(two against one)고 강조하셨다”며 웃었다.
전북은 지난달 30일 강원에 0-1로 패하며 3연승을 멈췄다. 퇴장 징계로 강원전에 결장한 조규성은 6일 FC서울과 원정경기에 복귀한다. 그는 “내가 전북으로 이적하자 안양 팬들이 ‘서울을 상대로 골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안양 LG가 2004년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해서, 안양 팬들이 지금도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있는 것 같다. 안양은 친정팀인 만큼, 서울을 상대로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